이란 保-革 갈등심화…보수파의회,개혁기수 누리내무 탄핵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48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율법국가인 이란에서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권력투쟁이 재연되고 있다.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국회는 21일 ‘개혁세력의 삼두마차’중 하나로 불리는 압둘라 누리 내무장관(49)을 찬성 1백37표, 반대 1백17표(국회정원 2백70명)로 탄핵했다.

개혁파의 기수로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골람 호세인 카르바시 테헤란시장을 지지하고 반체제 성직자인 호세인 알리 몬타르제리 지지자들의 시위와 파업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사회불안을 조성했다는 것이 탄핵사유였다.

보수파가 올 4월 개혁파의 기수 카르바시시장을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한데 이은 2차 공세였다.

이에 대한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반응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그는 국회의 탄핵결정이 내려진 직후 개발 및 사회문제 담당 부통령직을 전격 신설하고 탄핵된 누리장관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이란에서 부통령 임명은 국회의 승인이 필요없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

하타미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누리장관의 후임에 역시 개혁파로 누리장관의 지지자인 모스타파 타자데 내무차관을 임명해 보수파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는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자 보수강경파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되고 있다.

이란의 보수파와 개혁파는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79년 이슬람혁명의 유산인 신권정치를 지키려는 보수파와 작년 8월 취임이래 법이 지배하는 시민사회 건설을 추진하는 개혁파 하타미대통령 등 개혁세력간에 갈등이다.

대미(對美)정책도 그렇다. 보수파는 “이슬람국가를 이간질하는 대(大)사탄 미국을 상대로 성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개혁파는 “서방문명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며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양 진영의 정면충돌 제1라운드였던 카르바시 테헤란시장 구속사건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의 중재로 풀려났지만 이를 계기로 표면화 된 이란내 보혁(保革)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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