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 「투자협정체결」합의…金대통령-클린턴 워싱턴회담

  • 입력 1998년 6월 9일 19시 5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0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대한(對韓)투자 확대를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한미투자협정을 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한미투자협정은 △상대국의 기업을 모든 면에서 내국기업과 동일하게 대우하고 △자국에 투자한 상대국 기업의 원리금 회수를 보장해주며 △분쟁이 있을 경우 자국 법원이 아닌 국제중재기구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양국 기업의 전략적 제휴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이 특정 국가를 상대로 투자협정을 체결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원칙의 합의는 김대통령의 요청을 클린턴 대통령이 수용함으로써 이뤄졌다.

이와 관련, 한국정부는 즉시 미국과 협상에 착수해 7월중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한미간의 안보동맹관계를 한 차원 높은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하고 이를 위해 미국이 한국의 경제난 극복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특히 현재 진행중인 한국의 경제개혁 조치들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발전을 추구하는 아시아의 대표적 모델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또 미국의 포용정책과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확대하되 그 과정에서 양국이 서로 소외되지 않도록 긴밀한 공조를 유지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김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의 폭과 속도는 미국측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뜻을 전했고 클린턴대통령은 북한이 대남(對南)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철저한 핵합의를 이행,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이뤄질 경우 단계적인 제재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열린 확대정상회담에서는 과학자교류 확대와 벤처기업 노하우지원 등을 협의할 ‘한미 소프트웨어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미국기업들의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 미국정부가 해외투자보증공사(OPIC)를 통해 투자기업을 보증하는 방안 등 경제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두 정상은 한국이 필요할 때 미국이 지원키로 한 2선자금지원원칙도 재확인했다.

김대통령은 한미자동차협상의 타결과 미국의 슈퍼301조 철회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고 클린턴대통령은 빠른 시일내 대한 투자조사단 파견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10일 오전 4시10분부터 1시간 동안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공식 발표한다.

한편 김대통령은 9일 워싱턴에 도착, 주미 한국대사관저에서 동포리셉션을 갖고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 인터뷰한 뒤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김대통령은 10일 오후 미상하원합동의회에서 연설한다.

〈워싱턴〓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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