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격렬 시위…대학생 1명 또 사망

  • 입력 1998년 5월 14일 07시 22분


인도네시아 보안군의 발포로 12일 숨진 6명의 시위 대학생에 대한 추모식이 13일 자카르타 트리삭티대에서 열려 수천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보안군은 이날도 시위대에 발포했으며 시위 진압과정에서 학생 1 명이 머리에 곤봉을 맞아 숨지고 최소한 9명 이상이 실탄과 고무탄 등에 의해 부상했다. 이로써 이달 들어 인도네시아 시위과정에서 대학생 7명을 포함한 11명이 사망했다. 이날 자카르타 외에 지방 곳곳에서도 시위 약탈 방화가 이어졌다. 이같은 사태악화에 따라 개발도상국 G15 정상회의 참석차 이집트를 방문중인 수하르토대통령은 일정을 앞당겨 이날 급거 귀국길에 올랐으며 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부통령은 사망한 학생 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13일 인도네시아 보안군의 발포로 학생이 사망한데 대해 “생명에 대한 모독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미국도 인도네시아에 유감을 표명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1만1천선까지 치솟아 루피아화 가치가 폭락했다.

○…이날 사망사고는 장례식이 열린 트리삭티대 구내에 군병력이 헬기로 공수돼 학생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

대학 구내에서는 장례식을 마친 2천여명의 학생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자유토론을 벌이고 있었으며 학생시위에 시민들이 가세하자 보안군은 이 대학으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 가두시위에서 군중들은 상점을 약탈하고 주유소와 은행 지점 및 주변 차량들에 불을 지르는 등 이번 시위도중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최초로 폭도화하는 모습.

상황이 악화되자 학생 지도부는 자제를 촉구하면서 “폭도들은 학생이 아니다”고 해명.

○…이날 트리삭티대 행정건물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학생과 시민이 몰려들기 시작. 대학당국은 숨진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하루를 휴무일로 발표.

오전 9시경 보안군을 태운 차량이 학교부근에 나타나자 일부 학생들이 “살인마”라고 외치며 담 밖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수카르노 전대통령의 딸로 야당지도자였던 메가와티여사와 이슬람교지도자 아미엔 라이사도 추도식에 참석, 숨진 학생들의 넋을 기리며 개혁을 주장.

또 추모식엔 대중 인기가 높은 에밀 살림 전 환경장관과 반체제인사인 알리 사디킨 전 자카르타시장 등이 참석해 헌화.

○…이날 추모식에서 딸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한 중년남자가 “공무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반정부시위가 옳다는 판단으로 추모식에 참가했다”며 “투쟁의 대열에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큰 박수로 화답.

작년에 이 학교를 졸업했다는 한 회사원(24·여)은 “수하르토 정권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며 울먹이기도.

○…인도네시아 대학들이 전국적인 개혁요구 시위의 거점역할을 하게 되면서 ‘프락치’사건도 발생.

12일 자카르타 사령부 소속 테구 로치만이병(27)이 동자바의 한 사범대에서 위조학생증을 갖고 교내 동정을 살피다 학생들에게 붙잡혀 사과 후 간신히 풀려났으며 서자바에서는 과일 행상을 하는 모몬 카르야나(27)가 반둥대에서 프락치로 몰려 구타당한 후 결백이 입증돼 풀려나기도.

○…반정부 시위도중 군경의 발포로 사망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대학생 4명의 장례식이 13일 자카르타의 교외와 서부 자바의 반둥에서 각각 엄수.

사망학생 중 3명은 수천명의 조객과 동료 학생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자카르타남쪽 10㎞지점에 있는 타나 쿠시르 묘지에 묻혔고 나머지 다른 한명은 고향인 반둥에 안장.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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