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국무부에 『폴포트 체포』지시…NYT 보도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5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인 폴 포트를 붙잡아 국제재판소에 세우기 위해 체포명령을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대통령이 6일 국무 국방 법무부에 서면으로 캄보디아 북부 태국과의 접경지역에 숨어 있는 폴 포트를 검거하도록 지시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폴 포트의 검거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가 75년 집권 후 79년 축출될 때까지 급진적인 사회주의 혁명을 추진하면서 2백여만명의 캄보디아국민을 학살한 ‘반인류범죄자’라고 언급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현재 보스니아 내전 중 세르비아계 지도자로서 인종학살을 주도한 라도반 카라지치를 ‘반인류국제전범’으로 지목해 추적하고 있다.

미국은 반인류범죄를 단죄하자는 국제적 여론이 높은데다 폴 포트가 최근 태국으로 넘어왔다가 태국군에 붙잡힌 사례가 있어 그를 체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 본격적인 체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은 오랫동안 폴 포트를 지지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 그를 풀어줬다.

타임스는 태국정부도 폴 포트를 체포하는 즉시 제삼국으로 이송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측과 협조하고 있다고 한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이 입수한 미 행정부의 검거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군용기를 태국에 보내 폴 포트를 르완다와 구유고슬라비아 전범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제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로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 타임스는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이미 ‘반인류 범죄’로 폴 포트를 재판하기 위한 재판부 구성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 미군 관계자는 폴 포트를 체포하면 재판을 받기 전까지 임시로 억류할 장소로 태평양의 북마리아나제도와 웨이크섬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폴 포트를 체포해 재판에 넘길 권한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는 미국이 개입하는 것과 관련된 법률적인 권한문제를 검토중이며 시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다른 서방국가들과도 협의중이다.

폴 포트는 권좌에서 밀려난 뒤 캄보디아 북부 밀림에서 은거하며 크메르루주 반군을 이끌고 반정부활동을 벌여오다 지난해 7월 부하들에게 억류돼 18년만에 처음으로 모습이 서방언론에 공개됐었다.

〈구자룡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