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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11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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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수사관이 돋보기를 들고 사건 현장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사라질 지 모른다. 인간 오감의 한계를 극복할 만한 첨단 수사장비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과연 ‘완전 범죄’는 사라질 것인가.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3월호는 최근 개발중인 다양한 첨단 수사장비를 소개했다.
우선 미국 몬태나대와 법무부가 함께 개발중인 이온분석기. 이 기계는 물질의 표면에 다량의 이온을 뿜어내 분자를 떼어낸 후 이를 분석해낼 수 있다. 분자 수준에서의 치밀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녹슨 못에 긁힌 자국’ 정도가 아니라 범인이 사용했던 비누의 종류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에서 개발중인 차세대 ‘증거 탐지기’도 소개됐다. 이 탐지기는 자외선을 이용한 특수 전등과 3차원 고글로 이뤄졌다. 사건 현장에서 이 고글을 쓰고 전등을 비춰보면 인체가 남긴 생리적 증거가 쉽게 눈에 띈다는 것이다. 지문 머리카락 정액 등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했던 흔적이 깜박거리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는 샌디아연구소에 약 40만달러를 지원해 이 장비를 내년초 일선 경찰에까지 보급할 계획이다.
범행 흔적을 솔벤트 등 용액에 녹이는 대신 마른 상태에서 분석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다. 액체 대신 기체를 이용한 크로마토그래피 분석법이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미국 법과학연구소 메리 루 풀츠팀장은 “전통적으로 이용하던 액체 분석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분석 과정에서 증거 물질을 상당수 잃게 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