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힘이 이라크「합의」 이끌었다』자평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미국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담 후세인을 혼내주려던 계획은 중단됐지만 어쩌면 더 큰 재난을 피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23일 이라크와 유엔간의 무기사찰 합의를 잠정 수용, 이라크공습 카운트다운이 중단되자 백악관 고위관리는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클린턴대통령이 “힘을 동반한 외교가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한대로 미국의 무력시위가 이라크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낸 것은 사실. 그러나 미국은 초반부터 지나친 강경노선을 택함으로써 평화적 해결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존재로 낙인찍혀 국제사회에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와의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단독으로 이라크 공습을 단행했을 경우 생길 후유증을 생각하면 미국으로서는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격대상을 대량파괴무기 비축 의심지역으로 제한한다 해도 민간인 사상자 발생이 불가피해 국제여론을 등질 뿐더러 후세인의 권력을 보다 견고하게 하는 역효과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일관되고 치밀한 외교정책을 수립하지 못한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이미 이라크 사태해결의 주도권을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유엔에 빼앗긴 형국이 됐다며 공격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두 척의 항공모함과 3백대의 전투기, 30척의 함정, 3만5천명의 병력을 언제까지 걸프지역에 주둔시킬지도 문제다. 병력 파견과 유지를 위해 들어간 비용만 벌써 5억달러라고 워싱턴포스트지는 보도했다. 지중해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에서 병력을 빼냈기 때문에 그 지역에 나타난 전력공백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도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물론 클린턴대통령의 지적대로 무기사찰 합의로 긴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 이라크는 향후 경제제재 해제 등이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다른 이유를 들어 사찰을 제지함으로써 또다른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는 지난해 11월에도 러시아의 중재를 받아들여 사찰을 허용했다가 이를 어기고 사태를 악화시켰다. 미국의 일부 의원들이 후세인대통령의 전범재판회부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처럼 후세인이 권좌에 남아있는 한 갈등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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