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문 쿠바,「이념의 빗장」 풀릴까?

  • 입력 1998년 1월 19일 20시 58분


‘쿠바는 변할 것인가.’ 서반구의 마지막 공산국가,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가 40년째 통치하고 있는 ‘고립된 이념의 섬나라’쿠바에 교황이 간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77)의 방문기간은 21일부터 25일까지. 쿠바방문은 지난해 재위 20년을 맞은 교황의 82번째 해외방문이다. 교황의 외국방문은 단순히 가톨릭계의 교세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분쟁의 종식을, 때로는 체제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그는 79년과 81년 고국 폴란드를 방문, 자유노조를 지지하고 정부에 개혁을 공개 촉구했다. 교황이 강조한 인류애와 자유정신은 폴란드를 비롯해 동구 공산국가의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이 됐다. 이 때문에 북한과 함께 공산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쿠바를 찾는 바오로 2세의 발걸음을 지켜보는 세계인들의 관심은 특별하다. 교황의 쿠바방문을 수행할 스페인의 리카르도 마리아 카를로스추기경은 “베를린장벽이나 폴란드에서 발생한 사태가 쿠바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이번 방문이 쿠바 정권의 몰락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방문 5일간 일정은 카스트로와의 회담과 4차례의 옥외미사집전 및 아바나대학 강연 등 강행군이다. 카스트로가 교황방문을 추진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쿠바는 계속되는 미국의 경제제재조치에다 구소련으로부터 받던 원조마저 끊겨 경제가 파탄상태에 빠지자 교회를 대외원조를 받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또 쿠바에도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있을 뿐 아니라 교황이 미국의 쿠바고립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카스트로의 노림수. 물론 교황은 카스트로와는 생각이 다르다. 공산권력의 탄압으로 몰락해온 가톨릭교회의 부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쿠바에는 현재 사제와 수녀가 2백60명에 불과하다. 1천1백만명의 국민중 40%인 4백70만명이 가톨릭신자라고 하는 나라치고는 형편없는 교세(敎勢)인 것이다. 교황은 또 쿠바가 유혈사태를 겪지 않고 개혁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도 역사적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쿠바는 교황 방문을 앞두고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작년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정하고 교황의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관영신문 1면에 게재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삶에 지친 쿠바 국민은 교황이 전할 복음보다 교황을 따라 입국할 3천명의 기자와 수만명의 외국인이 뿌릴 달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백승훈·정성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