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민 달러송금 러시…이틀간 1억5천만달러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국내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이번주 들어 뉴욕을 비롯해 미국내 한국계 은행들을 통한 교민들의 본국 송금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원화에 대한 달러의 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송금을 서두르는 것이다. 제일은행 뉴욕지점들은 이번주 들어 송금을 위해 몰려드는 교민들로 개점이래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창구 앞에는 발디딜 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송금자들로 붐볐고 은행측은 창구에 직원들을 추가 배치하는 등 진땀을 흘렸다. 지난 15일 이 지점에서는 총 4백57건 1백50만달러가 본국으로 송금됐다. 이튿날인 16일에도 거의 비슷한 규모의 달러가 송금돼 이 은행에서만 이틀 사이에 3백여만달러가 본국으로 전달됐다. 평소 하루에 30여건 6만여달러의 송금이 이뤄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5배나 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뉴욕시내 맨해튼과 교민들이 많이 사는 플러싱 등 다른 한국계 은행들도 비슷해 점포별로 하루 평균 1백만달러 안팎의 송금이 이뤄졌다. 송금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본국의 위기극복을 돕기 위해 각종 교민단체가 실시하는 달러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라고 은행측은 보고 있다. 본국 송금은 뉴욕 이외에도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미국내 대도시에서 동시에 러시를 이뤄 이번주 들어 이틀 동안 약 1억5천만달러가 한국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의문이다. 원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 언제든지 사라질 모습이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송금하던 한 교민은 이렇게 뼈 있는 말을 했다. 『돈 있다고 교민들을 깔보면서 으스대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던 한국 사람들은 이제 반성해야 한다』고.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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