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없는「외국인 투자확대」…시행 첫날 주가 폭락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 첫날인 11일 외국인들은 핵심 우량주와 주식값이 싼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치솟으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연일 계속되자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의식, 다른 종목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 동안 6백7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고 3천9백22억원어치를 사 3천2백5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로 사들인 주식은 포항제철(1천5백72억원) SK텔레콤(8백83억원) 삼성전자(4백90억원) LG정보통신(67억원) 삼성전관(43억원) 외환은행(34억원) 등. 그러나 현금확보에 혈안이 된 투신사 은행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과 장세(場勢)를 비관적으로 보는 개인들이 각각 2천4백12억원어치, 9백6억원어치를 순매도, 주가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48포인트 떨어진 373.37을 기록했다. 주식값이 오른 종목은 76개(상한가 35개)였던 반면 내린 종목은 8백10개(하한가 6백80개)나 됐다. SK텔레콤은 외국인들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무차별 매도로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증권감독원이 이번 한도확대로 투자여유가 생긴 22개 종목에 대해 예비주문을 받으면서 이미 예견됐다. 예비주문 결과 SK텔레콤 1개 종목만 59.9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을 뿐 나머지 종목들은 모두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주문이 접수된 종목은 SK텔레콤 외에 포항제철 서흥캅셀 삼성전자 에스원 LG전자 우선주 등 6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11일 현재 외국인 투자한도가 90% 이상 찬 종목은 전체 9백57개 종목중 SK텔레콤 포항제철 등 11개에 그쳤다. 대우증권 곽영교(郭泳敎)국제영업팀장은 『한도확대 당일 아침나절 잠깐을 제외하고 오늘처럼 한가한 날은 없었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투자한도 50%는 사실상 전면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환율이 불안한 현 시점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주가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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