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이루고 있는 4개의 큰 섬 중 하나인 시코쿠(四國)는 다시 네 개의 현으로 나눠진다. 이 중 가가와(香川)현의 수도인 다카마쓰(高松)시.
흥미로운 사실은 이곳의 지역 정보화를 시코쿠 지역에 대한 전력 공급을 맡고 있는 「시코쿠전력회사」가 주도해 왔다는 점이다.
다카마쓰시에 케이블TV사업을 펼치고 있는 ㈜케이블 미디어 시코쿠(CMS)는 시코쿠전력회사의 자회사다. 전력회사가 전력사업을 위해 미리 설치해 놓은 광케이블망을 활용해 지역정보화 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셈이다.
CMS가 출범한 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 초 정보통신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실험을 시작했다.
시코쿠 지역 케이블TV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시코쿠 CATV네트 실험협의회」를 발족시켜 광케이블망을 활용한 각종 멀티미디어 부가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이 실험에는 CMS 외에도 「에히메 CATV」 「케이블TV 도쿠시마」 「고치 케이블TV」 등을 비롯해 시코쿠 내 4개 현에 있는 모두 10개의 케이블TV방송국(총 가입자수 약 10만 가구)과 시코쿠전력회사 ST네트 KDD 미쓰비시종합연구소 등이 가담하고 있다.
시코쿠전력회사는 정보시스템부에 실험협의회 사무국을 두고 실험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광역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인터넷 고속접속과 전력수요자 정보 네트워크, 광역 전화서비스, 고향 정보 네트워크, 지역 의료종사인 네트워크, 학교 교육 네트워크, 디지털 행정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네트워크 전체를 총괄하는 「네트워크 오퍼레이션 센터(NOC)」와 개별 케이블TV방송국의 고속 디지털 회선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간 이 계획에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해 광역 전화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케이블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정보통신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역적으로도 시코쿠의 4개 현을 단일 정보공동체로 묶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 협의회의 실험에서 특이한 점은 현재 국내 전화 서비스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NTT가 아니라 국제전화를 전담해온 KDD가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국내전화 서비스에서 NTT의 독점 시대가 끝나고 제2통신 사업자인 KDD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노하우를 쌓고 있는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필자가 일본 지역정보화 현장을 탐방한 뒤 얻은 교훈이자 가장 인상깊은 점은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해 해외로부터 밀려올 정보통신 기업들과 경쟁할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끝-
이문웅(서울대 인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