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일본경제/침체경기]흑자불구 마이너스성장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요즘 도쿄(東京) 긴자(銀座)나 아카사카(赤坂)의 유흥업소 중 문을 닫는 곳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도쿄 도심에서는 빈차로 다니는 택시가 종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일본 경제를 보는 외국인들은 헷갈리기 쉽다. 수출호조로 사상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한다면서 경기침체로 아우성이고 초대형 금융기관이 뻥뻥 넘어지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호황」이라는 상식이 깨진 오늘의 일본경제는 「조용한 공황」으로 불린다. 무역쪽에서만 보면 일본 경제는 여전히 최우등생이다. 엔화약세 덕분에 자동차와 컴퓨터 정밀기기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9월말까지의 무역수지 흑자는 6조5천9백여억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7%나 늘었고 이미 작년 연간 흑자액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2.4분기(4∼6월) 성장률이 마이너스 2.9%를 기록하는 이변이 발생했고 올해 연간 성장률은 1%대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경제성적표」인 주가도 바닥세여서 그나마 수출호조라도 없으면 바로 경제공황이 닥치리라는 우려가 크다. 올해초 경제백서에서 「거품경기 붕괴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신만만하던 정부의 전망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일본 경기불황의 주범은 극심한 내수부진이다. 정부가 재정적자 탈피를 위해 지난 4월 소비세를 종전의 3%에서 5%로 2%포인트 올린 것이 그 계기였다. 정부는 소비세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낙관했으나 회복될 기미가 없다. 지난달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작년 동기보다 13%나 줄었고 백화점 매출액은 3.9%, 신축주택수는 17.5%나 격감했다. 올들어 9월까지의 기업 부도는 부채액 기준으로 이미 8조5천억엔을 기록해 연말까지는 사상 최초로 10조엔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고용불안도 심각하다.9월말 현재 완전실업자수는 2백36만명으로 작년말에 비해 11만명 증가했다. 공공투자 축소와 불량채권 누적으로 건설업체와 금융기관의 경영난은 최악의 상태다. 그동안 경기부양책이 필요없다고 주장해온 일본 정부는 경기지표가 일제히 「빨간불」로 나타나자 최근 긴급경기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공공투자 확대와 세금경감이 빠져 있는 부양책에 대해 기업인들은 『내용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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