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역내 협력강화와 지역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제5차 정상회의 일정이 1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된다.
18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19, 20일 실무회의와 21, 22일 각료회의에 이어 24, 25일 정상회의를 열고 정상선언을 채택한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3∼24일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 정상들과 개별회담을 갖고 25일 정상회의에서 인프라 개발협력에 관해 기조발언을 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아시아지역 금융위기의 해결을 비롯해 △역내 무역자유화 △인프라 개발협력 △전자상거래 등을 논의한다.
「금융위기의 해결방안」은 당초 의제에 들어있지 않았지만 통화위기를 겪은 역내 국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제1의제」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대부분 회원국들은 무역자유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전망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은 새로운 「아시아 펀드」의 설립을 강력히 주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미국 등은 각국 재무장관들이 마련중인 금융위기 진정대책을 승인하는 수준에서 끝내려는 태도다.
일본과 동남아 주도의 「아시아 펀드」 설립을 줄곧 반대해 온 국제통화기금(IMF)도 『일본 주도의 펀드가 아니라 IMF산하의 펀드라면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분열이 생길 경우 회원국들의 반발이 커지고 지역협의체로서의 APEC의 위상이 훼손될 수도 있다.
사실 APEC는 80년대 후반 동아시아 국가들의 블록화 움직임이 일자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감퇴를 우려한 미국이 주도해 만든 대항조직이라는 「출생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 등은 APEC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로서는 APEC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 힘든 입장이다.
지금까지 국제통상무대에서 주변국 역할밖에 못한 형편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새로운 무대인 APEC」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