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사찰문제를 둘러싼 이라크와 미국의 대결이 군사적 충돌상황으로 발전한다면 미국은 과연 효과적으로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이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는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상황이 91년 걸프전 때와 달라 공격목표를 설정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걸프전 때는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국경지대에 집결돼 있어서 목표를 설정하기 쉬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문제가 된 생화학무기와 핵연료 공장 및 저장소를 폭격할 경우 자칫하면 치명적인 독가스나 물질을 유출시켜 민간인들을 대량 살상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군을 투입해 화학무기 공장을 해체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10만명이나 되는 최정예 공화국수비대가 있고 사상자라도 나면 전면전으로의 확전이 불가피하다.본질적으로 군사행동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효과적인 공격을 방해하고 있다. 93년 이라크가 당시 부시대통령 암살을 모의했다고 해서 미국이 공습을 감행했을 때 그 목적은 「응징」에 있었다. 96년 이라크가 쿠르드족을 공격했을 때도 상황은 같았다. 미국은 공습을 통해 후세인의 행위에 벌주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군사행동을 한다면 그 목적은 「응징」보다는 「강제」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응징」은 한번 벌주면 끝나지만 「강제」는 당사자가 말을 들을 때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후세인이 완강하게 버틸 경우 미국은 장기전에 돌입하거나 이라크를 단숨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보다 치명적인 공격을 해야 하는데 어느 경우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