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 충돌 위기…美 『군사적 대응까지 검토』

  • 입력 1997년 11월 3일 19시 31분


이라크가 유엔 특별위원회(UNSCOM) 소속 미국인 무기사찰단원의 입국을 잇달아 거부하고 이에 대해 미국은 2일 군사적 대응까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양국간에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이라크는 유엔 무기사찰단에 미국인이 포함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바그다드 인근 하바니야공항으로 입국하려던 미국인 사찰단 3명을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클린턴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공화 민주 양당의 지도자들도 정부에 대해 신속한 무력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빌 리처드슨 유엔주재 미 대사는 『이번 사안은 유엔과 안보리에 대한 이라크의 적대행위로 미국이 아닌 유엔이 맞서야 할 문제』라고 주장, 다소 다른 견해를 보였다. 양국간의 대립 심화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 특히 미국에 의한 군사행동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응징했던 91년 걸프전 때와 같은 명분이 없고 △미국의 군사행동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며 △자칫하면 아랍권국가들의 이라크에 대한 동정심과 연대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관측통들은 이라크의 미국인 사찰단원의 입국 금지는 7년째 계속되고 있는 유엔의 대(對)이라크 경제제재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제재로 경제가 파국 직전인 이라크는 미국이 유엔의 이름하에 경제제재 해제를 막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미국인 무기사찰단원의 입국이라도 막아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국제여론을 자국에 동정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이 2일 문제의 긍정적 해결을 위해 유엔특사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의 마틴 인다이크 중동차관보가 이번 주말 중동 순방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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