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1,2일 이틀간 열린 러일 비공식 정상회담은 6개항의 경제협력 강화(하시모토―옐친 플랜)에 합의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끝났다.
「노타이 회담」으로 불린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일본총리는 경제협력은 물론 러시아의 국제기구 참여 지원과 안보협력 강화, 정상간 직통전화 가설 등에 합의했다.
양국간 관계 개선의 결정적인 걸림돌인 「북방 4개 도서」 영토문제는 큰 진전은 보지 못했으나 종전보다는 한발 나아갔다는 평이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시장경제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하이테크산업 △무역과 투자 △러시아 국내산업 △러시아 경영인 및 공무원 연수 △에너지 △원자력 등 6개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러일 정부간위원회 극동분과회의를 민간경제회의와 동시 개최하고 시베리아 철도근대화를 일본이 지원하며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조기가입을 일본이 지지하기로 약속했다. 일본은 또 러시아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가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민간 차원에서는 우주항공과 원자력 등 러시아의 첨단기술과 일본 대기업의 자본을 결합, 공동발전을 꾀하는 「러―일 펀드」를 설립키로 했다.
양국 정상의 신뢰 구축을 위해 내년봄 엘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고 정상간 직통전화(핫라인)를 개설키로 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양국은 합동 군사훈련과 군 고위간부들의 교류 활성화 등 「안보대화」도 강화키로 했다.
「북방 4개 도서」 문제에 대해서는 「영토문제의 해결을 통한 양국관계의 완전 정상화」라는 93년 도쿄(東京)선언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북방 4개 도서」의 공동경제개발에 합의, 과거보다는 진전됐다.
결국 이번 회담은 「경제협력」을 우선한 러시아와 「영토문제」 해결을 위해 일단 경제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일본측 계산이 중간에서 맞아떨어져 양국 모두 별 불만이 없는 가운데 끝났다.
러시아언론들도 「옐친대통령은 일본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삼각구도로 아태지역과의 관계를 확실히 구축했다」며 「받아낼 것은 다 받아낸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외상도 2일 NHK에 출연, 『이번 회담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밝혔고 일본 언론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다만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북방영토 문제에 결정적인 진전이 없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도쿄〓반병희·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