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도 「비자금 정국」…부토여사 정치생명 『위태』

  • 입력 1997년 10월 20일 20시 15분


부토
「차도르를 쓴 여걸」 베나지르 부토 전(前)파키스탄 총리가 최근 불거진 「파키스탄판 비자금 의혹」으로 일생일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의 비자금은 부토 전총리가 재직시 부정 축재를 통해 조성했다고 파키스탄 정부가 주장하는 1천3백80만달러(약 1백24억2천만원)상당의 돈. 비자금 파문은 지난 15일 스위스 당국이 『부토 전총리와 남편 아지프 알리 자르다리, 어머니 누스라트 부토 등 부토가족 관련 6개기업 명의로 스위스은행 계좌에 총 1천3백80만달러가 입금돼 있다』고 발표하면서 터졌다. 이 발표는 「부토 전총리가 거액을 스위스 은행 17개 계좌에 분산해 은닉했다」는 파키스탄 정부 반(反)부패조사위원회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부토 전총리의 비자금을 추적해 왔다. 스위스 연방경찰국은 파키스탄 정부의 공식적인 사법지원 요청에 따라 부토 일가족의 은행 예금을 모두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반부패조사위원회측은 18일 비자금 실체가 확인된 이상 부토 전총리를 부정축재혐의로 체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부토 전총리측은 19일 정부측의 주장을 즉각 부인하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스위스은행의 계좌를 보유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대대로 부호로 꼽혀온 부토가문의 재산일 뿐이라는 것. 부토 전총리는 또 스위스당국의 계좌동결조치를 비난하면서 『이는 자신의 정적(政敵)인 샤리프 현 총리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로 화려하게 정계에 진출한 후 실각―재집권―인기하락으로 인한 선거 참패 등 부침을 거듭해 온 부토 전 총리가 과연 수렁에 빠질지 아니면 위기를 헤쳐나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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