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쌍십절」 홍콩서 수난…시내게양 대만旗 강제철거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10일 홍콩 시내 전역에서 경찰에의해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찢어지거나 강제로 철거되는 장면이 목격됐다. 주권반환후 처음 맞는 대만 최대의 국경일인 쌍십절(신해혁명 기념일)을 기념해 친대만 단체들이 거리에 게양한 청천백일기들이었다. 중양(重陽)절 공휴일인 관계로 가족들과 거리에 나왔던 많은 홍콩시민들은 청천백일기가 난폭하게 강제 철거되는 모습을 보며 말은 없었지만 씁쓰레하는 표정들이었다. 1911년 쑨원(孫文)이 일으킨 민중혁명인 신해(辛亥)혁명을 기념하기 위한 이 날은 국민당정부가 중국의 건국기념일로 삼고 있는 날로 주권반환전에는 해마다 홍콩에서도 성대한 기념행사가 있어왔다. 이날 침사초이 리전트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1천명이 참석했지만 이 행사 역시 대만국기없이 진행됐다. 또 「중화민국 국경행사」라는 행사명도 내걸지 못했다. 예년의 경우 행사를 끝내면서 하던 「중화민국만세」 삼창도 허용되지 않았다. 행사를 주관한 주홍콩 대만대표기관인 중화여행사의 총경리 정안궈(鄭安國)는 인사말을 통해 대만국기를 게양하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애써 강조했으나 참석자들은 대체로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도중 대만국가인 「삼민주의」를 합창할 때 다수의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행사에 참석했던 대만 국회의원 헬렌 추는 『주권반환으로 정치적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 행사였다』며 『현실적인 변화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려야 하겠지만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홍콩당국이 이날 대만국기를 강제 철거한 이유는 중국땅인 홍콩에서 대만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북경당국의 「하나의 중국」정책에 위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날 홍콩인들은 쌍십절을 보내면서 홍콩의 달라져가는 모습과 점차 입지가 위축되어 가는 대만의 서글픔을 피부로 느낀 하루였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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