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콜총리 5번째 집권 위기…슈뢰더-라퐁텐 차기 각축

  • 입력 1997년 9월 28일 20시 25분


내년 9월로 예정된 독일총선에서 헬무트 콜 총리의 다섯번째 집권이 무너질 것인가. 여론조사에서는 야당 사민당이 녹색당과 연대하면 집권 기민당을 누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중한 통일비용과 유럽단일통화 기준 충족을 위한 긴축재정 등으로 기민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과 프랑스를 휩쓴 「좌파 물결」이 독일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민당에서는 두 사람의 지도자가 차기총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니더작센주 주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53)와 당수인 오스카 라퐁텐(54). 이들 두 사람은 모두 독일의 「6.8세대」(구정치세력에 반대하며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운동 세대) 출신으로 좌파에 속하지만 성격과 정책 방향이 판이하다. 63년 사민당에 입당한 슈뢰더는 유럽단일통화에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자유로운 산업활동을 보장하고 「작은 정부」를 실현하려 한다. 그래서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에 비견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슈뢰더는 7년째 니더작센주 주총리에 재직하고 있다. 화려한 언변과 태도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6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대중적 인기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없고 다소 독선적인 것이 단점이다. 최근 뮌헨 매거진의 30대 여기자와 열애에 빠져 세번째 결혼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이 여기자의 현명한 처신 때문에 오히려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사민당의 중시조격인 빌리 브란트 전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라퐁텐은 친(親)노조 입장을 견지하며 당내 좌파를 대변,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총리와 비슷하다.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 같은 인상의 라퐁텐은 겉모습과는 달리 탁월한 대중연설 솜씨를 지녔으며 대결과 논쟁을 즐기는 카리스마적 정치인이다. 95년 루돌프 샤핑으로부터 당권을 물려받은 라퐁텐은 당원투표로 총리후보를 결정한다면 총리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94년 콜 총리에게 한번 패한 적이 있고 대중적 인기가 낮은 것이 약점이다. 두 사람은 콜 총리를 패배시키는데 완전한 협력체제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총리직에 대해서는 양보할 기미가 전혀 없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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