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換)변동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최근의 달러화 초강세(원화 환율 급상승)에 따른 단기적인 악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일반화돼 있는 파생금융상품의 거래가 극히 부진한데다 환차손을 제품값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해온 경영풍토 등이 환리스크 회피(헤징)시스템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외환리스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는 미래 특정시점에 지출될 외화수요에 대비, 선물환(통화스와프 포함)을 구입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
그러나 은행을 통해 거래되는 선물환 시장규모가 하루 평균 8천만∼1억1천만달러 수준으로 선진국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외화차입에 따른 규제가 심한데다 국내 금리가 불안정해 효율적인 선물환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 그나마 현재와 같은 환율 폭등시엔 선물환 매도자가 아예 나타나지 않아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형편.
『자체 규정상 일정부분의 영업이익이 확보되기만 하면 무조건 달러표시 부채는 파생금융상품 거래 등을 통해 헤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미비해 사실상 효과적인 위험회피가 어렵다』(대우 외환 담당자)
『외화차입이 장기 시설투자에만 허용되고 상환기간이 대부분 3년 이상으로 긴 점도 선물환 구입을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환율상승을 예견하면서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LG 외환 담당자)
국내기업들의 선물환 거래를 중개하고 있는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한국기업들은 싼 금리의 외화자금을 도입한 뒤엔 환차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환차손을 가격인상으로 쉽게 만회하려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