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9백원시대 눈앞]외화 차입난 환율상승 부추겨

  • 입력 1997년 8월 19일 19시 51분


「달러당 9백원(기준환율)」시대가 눈앞에 왔다. 외환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적극 개입하지 않을 경우 당장 9백원선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는 최근 원화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 차입난과 동남아시아 화폐의 동반 폭락에 따른 심리적인 영향으로 끊임없는 상승압력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은행의 P부지점장은 『올 초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상승의 주범이었지만 지금은 한국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 차입난이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신용도가 낮은 시중은행과 종금사들은 지난 18일 해외금융시장에서 외화결제자금을 구하지 못하자 손해를 봐가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상승을 촉발했다는 설명. 한편 한국은행의 李康男(이강남)국제담당이사는 『달러당 9백원은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기 때문에 원화환율이 9백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한은이 9백원 돌파를 막을 것임을 시사했다. 외환전문가들은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 차입난과 함께 동남아국가 화폐가치의 동반 폭락현상이 원화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 바트화는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20.43% 평가절하됐으며 다른 동남아국가의 평가절하폭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20.70% △필리핀 페소화 12.04%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9.74% 등에 달하고 있다. 이 기간 원화는 5.9% 절하됐다. 대기업들은 최근의 환율 폭등현상이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해외자금차입난과 맞물리면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화차입 의존도가 높은 현대그룹은 외화차입 비중을 줄여 환차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현대측 재무 관계자는 『외국에서 돈을 끌어다가 투자한 곳이 공교롭게도 모두 환율이 불안정한 동남아나 동구 러시아 등이어서 문제』라며 『환율이 오른다고 해도 수출증대보다는 채산성 악화가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李昌宣(이창선)책임연구원은 『이번 원화폭등은 금융기관의 해외자금차입난으로 인한 불안심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특히 다음달 일본 금융기관들이 외화자산을 대거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달러기근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외환전문가들은 기준환율이 9백원을 넘어서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내정·백우진·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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