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재미교포 이하얀양 백악관 입성…2백대1 경쟁뚫어

  • 입력 1997년 7월 15일 20시 11분


한국의 미국 이민사는 이제 한 세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을 움직이는 이너 서클(내부 집단)의 벽은 여전히 높다. 백악관은 바로 백인들 이너 서클의 정점. 백악관의 정규직원이 되려면 지난 8년간 함께 산 모든 사람들까지 샅샅이 조사하는 연방수사국(FBI)신원조회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다 2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미국 젊은이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이 백악관에 재미교포 이하얀씨(22·여)가 대통령직속 경제자문위(CEA)의 스태프로 첫발을 내디뎠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부모 이희영씨(58)와 이메리씨(54)를 따라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 이민와 12년만에 클린턴 대통령을 보좌하는 엘리트가 됐다. CEA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세 명의 자문위원과 그들을 돕는 15명의 스태프로 구성되는데 스태프도 대부분 교수출신이거나 박사과정에 있는 경제학자들이다. 이씨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지난 2월초에 발탁될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백악관에서의 평도 좋은 편. 그가 하는 일은 공식발표 2, 3일전에 올라오는 경제관련 최신정보와 동향 등을 분석, 대통령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처음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이 작성한 분석메모를 들고 기자회견을 할 때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며 활짝 웃었다. 재미교포의 젊은 세대들 가운데서는 드물게 그녀는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한국이 나의 뿌리라는 것을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UC버클리 경제학과를 전과목 A, 학점4.0 만점으로 졸업하면서 졸업식장에서 졸업생 대표연설을 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녀는 비범한 능력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같은 조건에서는 백인에게 절대 유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는 것. 그는 한가지 비결이 있다면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담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비워놓은 「Office Hour」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리 예습을 한뒤 교수를 자주 찾아가 활발한 토론을 벌이면서 친분을 맺어놓은 것이 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씨의 계획은 백악관에 약 2년간 근무한뒤 대학원에 진학, 국제경제와 화폐금융을 공부하는 것.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을, 세계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워싱턴〓홍은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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