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女史,정신대協 「시위」참가 『日정부 부끄럽다』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메아리없는 2백69주째 시위. 18일 정오에도 어김없이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정신대관련단체의 「수요시위」가 있었다. 92년초 미야자와 일본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시작된 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6년째 한번도 쉬지않고 매주 계속된 시위다. 「일본정부는 부끄러움을 알라」. 이날 시위에서는 자그마한 키의 일본인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 전 간사 야마구치 아키코(山口明子·61)할머니는 이런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석한 것. 『지난주말 기독교협의회 일로 방한했다가 훈할머니 얘기를 듣고 수요일까지 기다려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훈할머니의 존재는 제2, 제3의 훈할머니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일본은 종전시 버리고 온 그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여성들에게 저지른 죄가 몹시 부끄럽게 생각된다』며 『이제라도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이날 시위는 자연스레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훈할머니문제에 초점이 모아졌다. 한국정신대연구회 鄭鎭星(정진성·서울대교수)회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속히 고국으로 귀환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낮 더위때문인지 행인들도 드물었고 대사관의 철문은 열릴 줄 몰랐다. 다만 매주 수요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문앞에 배치되고 있는 전투경찰 30여명이 시위를 지켜볼 뿐이었다. 이들은 그나마 훈할머니를 계기로 관심을 갖고 취재나온 기자들에게 힘을 얻은 듯 조금 목청을 돋우어 구호를 외쳤다. 『일본정부는 훈할머니에게 사죄하고 보상하라』 대사관까지 일부러 찾아와 일본의 「양심」의 일단을 드러낸 야마구치할머니의 외침과는 대조적으로 일본대사관의 창문들은 블라인드까지 내린 채 굳게 닫혀있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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