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다시 고향 땅을밟을 수있을지…』
캄보디아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출신 한국인 「훈」할머니(73)는 16일 큰 외손녀 시나(27)와 함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한국정부가 초청하고 고향에서 살 곳이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훈할머니는 고향에 아는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많고 자신은 한국말도 거의 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 마음을 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오직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다는 소망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시나는 『요즘 할머니는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한국이름과 성, 친지 등에 대해 기억해 내려고 무척 애를 쓰지만 생각이 잘 안나 매우 안타까워하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고향에 대해 거의 종교적인 그리움을 갖고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지기 전부터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시곤 했어요. 이곳에서의 지난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더욱 고향을 그리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성격은 매우 조용하고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요. 평소 복장도 긴 치마같은 구식을 좋아하시고 가끔 한국 처녀의 옷모양이나 머리모양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 할머니는 일본인 남편이 떠난 뒤 줄곧 수쿤에서 사셨어요. 처음에는 먹을 것이 없어 거의 매일 굶다시피할 만큼 어렵게 살았다고 해요』
외손녀가 전한 할머니의 삶의 편린들이다.
훈할머니는 프놈펜에서 80㎞ 떨어진 수쿤마을에서 외손녀 4명과 같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일본인 다다쿠마 쓰토무(只熊力)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 「오니」가 낳은 딸들. 오니는 지난 94년 48세로 병사했다.
이에 따라 훈할머니는 딸네집의 가장격인 큰 외손녀 시나와 둘째 시니스(22), 셋째 니카(19), 막내인 시놈(17) 등과 살고 있다.
훈할머니네 살림형편은 어려운 편. 시나가 약간의 이자놀이로 벌어들이는 월수입 1백∼2백달러와 둘째손녀의 남편이 약간씩 도와줘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훈할머니는 캄보디아인 남편과도 두딸을 두었으나 이들 역시 가난해 할머니를 모시고 살 형편이 못된다는 것.
시나는 훈할머니가 한국에 영구 귀국할 경우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미 건강도 안좋고 정신력도 많이 흐려지셔서 어디에서 사시든지 제가 옆에서 돌봐드려야 합니다』라고.
한편 주 캄보디아대표부 朴慶泰(박경태)대사는 『훈할머니가 현재 캄보디아국적이기 때문에 영구귀국문제는 캄보디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전제, 『그러나 만약 우리 정부에서 방침을 정하면 훈할머니를 한국으로 데려가는 절차상의 어려움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프놈펜〓정동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