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단일통화 곳곳 암초…99년 출범 불투명

  • 입력 1997년 6월 10일 20시 22분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인 「유러」(Euro)의 출범이 임박해지면서 장애물이 계속 돌출하고 있다. 상당수 회원국들이 오는 99년으로 예정된 단일통화 출범에 회의적인 가운데 유럽통합을 주도해온 프랑스에서조차 연기론이 최근 부쩍 확산되고 있다. 불참을 선언한 국가는 15개 회원국 가운데 스웨덴뿐. 그러나 최근 선거를 통해 나타난 유럽유권자들의 성향은 통화통합에 대비한 희생보다 복지증대 등 실익을 추구하고 있고 「통화주권」포기에 따른 경제의존도 심화를 우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입장이 계속될 경우 통화 단일화의 강도가 약화되거나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최근 쟁점〓프랑스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경제장관은 9일 룩셈부르크에서열린EU재무장관회의에서 『유러가 예정대로 시행되길 원하지만 프랑스는 유러 안정화협약의 승인여부를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화협약이란 통화통합후 유러의 가치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부채가 급증한 가입국에 무거운 벌금을 매긴다는 내용으로 오는 16,17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릴 EU정상회담에서 최종채택될 예정이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프랑스 좌파정부의 요청에 따라 채택여부가 불투명해졌으며 외환시장에서는 「채택유보―단일통화출범 연기」로 성급하게 해석, 마르크화가 급등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좌파정부는 지난1일의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한 배경이 「무리한 유러출범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임을 잘 알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안정화협약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통합을 이끌고 있는 독일의 귄터 렉스로트 경제장관은 칸 장관의 발언직후 성명을 통해 『유러 출범연기에 무조건 반대한다』며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도 여건이 좋지 않다. 독일정부는 통합조건충족을 위해 분데스방크의 보유금 재평가를 시도했다가 벽에 부닥치자 세율인상을 꾀하고 있으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민당이 연정탈퇴를 거론하는 등 암초에 부닥쳤다. 만약 사태가 악화돼 연정붕괴→조기총선→콜 총리 실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단일통화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일인의 82%가 『회원국들이 수렴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러도입을 연기하자』고 답변했고 독일의 6대 경제연구소도 지난4월 춘계보고서에서 기준완화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99년 유러가 출범하지 못하면 통화단일화가 영원히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일통화출범을 위해서는 일부국가탈락, 수렴조건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 상황〓96년말 현재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수렴조건」을 충족하는 나라는 EU 15개국중 룩셈부르크뿐이다. 올해는 유럽의 경제여건이 조금 나아져 EU집행위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제외한 13개국이 97년기준의 수렴조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지난4월 전망했다. 그러나 영국은 「최종결정을 보류한 채 일단 관망한다」는 입장으로 사실상 참여의사가 없고 스웨덴은 지난4일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이탈리아는 인구수나 경제규모로 볼때 유러출범때 빼놓기 힘든 국가지만 자격을 갖출 가능성이 없어 수렴조건완화 또는 일정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유러의 출범과정〓지난91년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EU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유럽통합조약인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르면 99년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창설과 함께 통화단일화가 실현된다. 그러나 실제 유러가 유통되는 것은 2002년1월이며 6개월간 각국화폐와 유러의 혼용기간을 거쳐 2002년7월부터 유러가 유일한 법화로 통용력을 갖는다. 가입국은 △재정적자 및 공공부채가 각각 국내총생산의 3% 및 60%이내 △물가 △장기금리 △환율의 의도적 평가절하배제 등 4가지 「수렴조건」을 지켜야 한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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