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무력에 의해 유혈진압된 천안문사태가 4일로 8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북경(北京)은 매우 평온한 분위기다. 홍콩반환을 자축하는 소리만 요란할 뿐 당시의 상처를 되새기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모습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鄧小平(등소평)사후 처음 맞는 올해는 내부적으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천안문사태의 재평가 움직임이다.》
재평가문제는 등사망 다음날인 지난 2월20일 광동성 광주(廣州)에 천안문사태를 재론해야 한다는 대자보가 나붙으면서 제기됐다.
江澤民(강택민)주석이 등의 장례식 추도사 등에서 천안문사태를 지금까지의 공식표현인 「동란」(動亂)이나 「폭란」(暴亂)이 아닌 「풍파」(風波)로 규정,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길림성 고등인민법원이 반혁명죄로 복역중인 천안문사태관련자 4명에 대해 최초로 감형을 선고, 조기석방결정을 내렸다.
등사후 발생한 이같은 일련의 변화는 「6.4학생운동은 중국공산당의 영도와 사회주의를 부정하는데 목적을 둔 하나의 동란」이라고 단정, 초강경입장을 고수했던 등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북경의 관측통들은 천안문사태의 재평가가 강주석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무력진압과 직접관련이 없는 강주석으로서는 어차피 언젠가는 부닥치게 될 난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진압의 최종결정자는 등이 아니었으며 △주요책임은 당 및 정부책임자에게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강주석 주도에 의한 사태재평가는 그가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재평가 시나리오가 가까운 시일내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재평가는 곧 현기득권층의 후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장 무력진압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진 李鵬(이붕)총리문제가 뒤따른다. 또 진압에 반대했다가 실각한 趙紫陽(조자양)전총서기 재기문제도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주권반환을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홍콩에선 연일 천안문사태 희생자를 추모하고 중국당국에 재평가를 촉구하는 모임이 열리고 있다.
이중 가장 큰 행사는 단연 「홍콩각계지원중국민주운동연합회」(일명 지련회)가 주도하는 가두시위와 촛불집회. 지난 1일 거행된 「6.4추모 가두시위」에는 지난해(4천 5백명)보다 훨씬 많은 7천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시위를 벌였다.천안문사건 희생자 숫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한 내부문건은 북경에서만 5백23명이 숨진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