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화려한 선상(船上)파티. 그러나 주최측이 매긴 「계급」에 의한 철저한 등급제극장 좌석과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이브닝 파티. 이러한 「신분제도」는 「당신들의 축제」 칸영화제가 나름의 질서 유지책이자 품질관리 방법(?)으로 고집해온 것이다. 그러나 축제의 품질관리는 출품작들의 품질관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도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에는 「예상을 뒤엎고」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더구나 예년에는 영화제 후반이 되면 황금종려상 대상이 몇개 작품으로 압축됐으나 올해는 폐막 당일인 18일까지 뚜렷한 작품이 떠오르지 못했다. 사실 반세기를 맞는 제50회 칸영화제는 초반부터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실험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들로 세계 영화계에 또다른 자양을 공급해왔던 칸은 이미 몇년 전부터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너무 밀리고 있었다.올해도 프랑스 감독인 뤽 베송의 「제5원소」가 개막 초청작으로 상영됐지만 지나치게 할리우드적이고 창조성이 없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았다. 폐막작도 미국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절대 권력」이었다.
경쟁작 중에는 이미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독일의 빔 벤더스(폭력의 끝),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로시(협정)와 95년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프랑스의 마티유 카소비츠(암살자) 등 거장들의 작품이 들어있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실망스런 것이어서 『칸이 「대가들의 졸작」 전시장이냐』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반면 이번 칸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게리 올드만 등 신인 감독들의 경쟁작과 비경쟁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의 몇몇 영화가 칸의 실험정신을 근근이 이어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평론가 조희문교수(상명대)는 『칸은 할리우드를 끌어들임으로써 프랑스 영화의 해외진출과 영화제 자체의 활성화를 꾀했지만 50주년에 걸맞은 유럽영화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했다.
한편 한국 영화계는 여느해 보다 활발하게 해외 시장 진출 노력을 보였다. 삼성 대우 SKC 제일제당 등 대기업들은 과당 수입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우리 것을 팔려는 다양한 노력들을 펼쳤다.
그러나 조직력과 자본을 갖춘 대기업 및 정부가 영화 기획단계부터 수출을 겨냥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형교수(동국대)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정부가 몇년을 공들여야 하는 것처럼 권위있는 국제영화제에 진입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칸〓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