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독재자들,망명후 필부의 삶…비참한 말년

  • 입력 1997년 5월 18일 20시 16분


권좌에서 쫓겨나 망명길에 오른뒤 세상의 관심권에서 멀어져간 악명 높았던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은 어떻게 말년을 보내고 있을까. 반군에 축출된 모부투 세세 세코 자이르 전대통령이 18일 모로코에 도착, 망명생활을 시작함으로써 망명 독재자들의 말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우간다의 「도살자」 이디 아민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항구도시 지다의 대리석으로 지은 별장에서 40명의 자녀들 중 9명과 함께 살고 있다. 번드르르한 시보레 승용차를 몰고 매주 금요일이면 이슬람 사원을 찾아 기도하며 가끔 우유와 요구르트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르기도 한다. 이디 아민은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한 듯 밤마다 영국 BBC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우간다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방송해달라고 졸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군부 통치자였던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은 91년 축출된 뒤 짐바브웨에 살고 있다. 오랜 친구이자 마르크시스트 동료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그에게 침실 3개짜리 「수수한 집」을 제공했다. 멩기스투 역시 망명지에서 에티오피아 국민에게 새 정부를 전복시킬 것을 촉구해 은인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95년 과거의 심복에게 암살될 뻔하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통치했던 장 베델 보카사는 더욱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77년 나폴레옹처럼 화려하게 황제에 즉위한 그는 불과 3년 뒤 코트디부아르로 쫓겨가야 했다. 그는 그곳에서 4년을 머물다 프랑스 파리 근처로 옮겼다. 보카사는 그러나 다른 독재자들처럼 묵직한 금고를 갖고 나가지 못해 망명생활을 궁핍하게 보냈다. 87년 귀국한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93년 건강 악화로 석방됐다가 지난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불행한 말년을 보내거나 라이베리아의 새뮤얼 캐니언 도처럼 망명도 못하고 살해된 이들과는 달리 기적적으로 재기한 지도자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탄자니아의 줄리어스 니에레레. 그는 85년 23년간 지켜온 대통령직에서 하야했으나 자발적인 권력포기가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 현재 원로 정치인의 예우를 받으며 르완다의 내전 중재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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