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현대전자사장 「블루칩회담」참관기]

  • 입력 1997년 5월 10일 20시 16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은 9일 「꿈의 첨단저택」이라 불리는 자신의 집을 공개했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 정상의 기업인 1백명을 초청, 「정보산업의 혁명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란 회의를 주최한 후 참석자들을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현대전자 金榮煥(김영환)사장의 참관기를 소개한다.》 빌 게이츠회장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오라고 하니 세계의 대표적 기업인 1백명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다. 세계는 이제 빌 게이츠가 얘기하면 듣게 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다. 필립스 유나이티드 항공 미쓰비시 도요타 GTE 지멘스 콤팩컴퓨터 등 초일류 기업의 회장들은 마치 「도제(徒弟)」처럼 그의 얘기를 경청했다. 회의는 시애틀의 포시즌 올림픽 호텔에서 열렸고 기조연설은 빌 게이츠와 앨 고어 미국부통령이 맡았다. 빌 게이츠는 디지털 혁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그는 정보통신의 혁명으로 앞으로 5∼10년안에 종이가 필요없는 사무실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정보산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업과 개인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경영자들은 모든 근로자들을 더 비싸고 성능이 좋은 컴퓨터로 무장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근로자를 톱니바퀴의 「톱니」가 아닌 「지식 일꾼」(Knowledge Worker)으로 인식하라고 주문했다. 회의에서는 예수탄생을 전후한 BC(기원전)와 AC(기원후·통상 AD로 표기)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BC는 「컴퓨터 이전」(Before Computer)이며 AC 역시 「컴퓨터 이후」(After Computer)가 되어야 한다는 것. 회의가 끝난후 만찬은 메디나시 호숫가에 있는 빌 게이츠회장의 저택에서 있었다. 참석들은 배를 타고 이동했다. 집은 호숫가 절벽에 세워져 있었다. 건물 높이는 4층. 그러나 육지 쪽에서 보면 1층 건물로 보였다. 부지는 7천3백여평에 건평은 1천평남짓. 집이라기보다는 대회의장을 연상케 했다. 계단만 1백2개였다. 도서관에는 수천권의 장서가 꽂혀 있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왼손으로 썼다는 천체에 관한 친필원고 진본이 전시돼 있었다. 5천만달러를 들여 6년에 걸쳐 지었다는 집은 공(公), 사(私)용으로 구분돼 있었다. 건물 중앙에는 모임이나 회의를 위한 소형극장과 도서관이, 오른쪽에는 1백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과 수영장이 있었고 살림집은 왼쪽에 붙어있었다. 극장과 각종 리셉션 룸은 손님들의 출입에 따라 전등이 자동으로 켜졌고 방음시설이 잘돼 있었으며 곳곳에 대형 비디오모니터가 설치돼 있는 등 「테크노맨션」의 분위기를 풍겼으나 자세히 둘러볼 기회는 없었다. 살림집은 수수했다. 만찬 테이블에는 빌 게이츠의 부인인 멜린다와 함께 앉았다. 그의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다가 하도 똑똑해서 빌 게이츠가 구혼했다는 그녀는 검소한 주부라는 인상을 주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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