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72)은 재임중 나약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했고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국민들은 그를 왠지 용기 없는 우유부단한 지도자로 치부했다. 더구나 재임중 도쿄(東京)방문때 만찬도중 실신하기도 했었다. 부시 전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5일 이같은 이미지를 말끔히 씻었다. 그는 약속한 대로 3천7백70m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멋지게 뛰어내렸다. 애리조나주 유마에서 벌어진 그의 고공낙하시범은 스카이다이버처럼 완벽했다. 육군의 낙하훈련용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부시는 2천4백m를 자유낙하하다가 1천3백70m 상공에서 낙하산을 펴 지상 목표지점에서 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모래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의 고공낙하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1944년 9월 해군 폭격기 조종사로 남태평양전투에 참가했다가 일본군에 피격당한 적이 있다. 당시 20세의 중위 부시는 낙하산으로 뛰어내리다가 낙하산 줄을 너무 빨리 잡아당기는 실수를 했다. 이 바람에 그는 한동안 비행기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다행히 바다 한가운데로 떨어져 생명을 구하기는 했지만 조종사로서는 치욕이었다.
이후 부시는 언젠가 다시 한번 낙하하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지난 2월 휴스턴에서 열린 국제낙하산심포지엄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초청연사로 참석했던 부시는 연설 사례비(5만달러) 대신 비단낙하산을 선물로 받았다. 감격한 그는 그 자리에서 고공낙하 계획을 밝혔던 것. 부시는 예일대 재학중에는 야구부 주장을 했고 프로구단으로부터 입단제의까지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