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숙박파티」클린턴 가관…블루진에 맨발로 침실출입

  • 입력 1997년 2월 28일 20시 24분


[워싱턴〓이재호특파원] 「백악관 숙박계」 스캔들은 선거자금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도 팔았을 빌 클린턴대통령의 몰염치한 성격과 함께 권부(權府)를 향한 인간의 턱없는 갈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달 27일 고액의 선거자금을 기부하고 그 대가로 백악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사람들의 얘기를 썼다. 제목은 「백악관의 파자마 파티」. 이를 요약, 소개한다. 크리스 하렐은 4명의 여자친구들과 백악관 문장이 새겨진 잠옷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침대 곁에서 소란을 떨었다. 하렐일행은 클린턴과 같은 아칸소주(州)출신으로 백악관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도록 초청을 받았다. 시간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클린턴이었다. 그는 블루진 차림에 맨발인 채로 방에 들어와 하렐일행과 대화를 나눴다. 손님들은 꿈을 꾸는 듯했다. 클린턴은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설명했고 침대보 위에 손가락으로 보스니아 지도를 그려보이기도 했다. 클린턴은 새벽 1시반이 되어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렐은 「백악관 숙박계」에 이름이 오른 9백38명 중의 한명이다. 백악관에서 하룻밤을 묵는 사람은 우선 방을 배정받은 후 전화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좋다는 지시를 듣는다. 이들은 대개 밤새 전화를 한다. 자신이 지금 백악관에 와 있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리는 것이다. 방에는 백악관 전경을 담은 우편엽서도 비치돼 있다. 투숙객들은 밤새 엽서도 쓴다. 「나는 지금 백악관에서 이 엽서를 쓴다」는 서두와 함께. 백악관에서도 여느 호텔처럼 식사가 나오고 투숙객들은 시간이 되면 자고 아침이면 떠난다. 저녁이면 대통령부부는 주로 바깥 행사에 참석하느라 백악관 안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간혹 행운이 따르는 경우도 있다. 클린턴의 고향친구인 데이빗 레오플러스는 밤중에 속이 출출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파자마 바람으로 링컨 침실에서 나왔다가 복도에서 클린턴과 마주쳤다. 오클라호마시의 변호사 마이크 터펜은 밤 늦게까지 클린턴과 얘기를 나누었다. 새벽 1시반쯤 됐을 때 갑자기 클린턴의 딸 첼시아가 들어와 스페인과 미국과의 전쟁에 관한 학교숙제를 도와달라고 했다. 클린턴은 딸의 숙제를 도와주고 다시 터펜의 방으로 돌아와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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