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京〓黃義鳳특파원·孔鍾植기자】『황비서가 있는 한국대사관 영사부의 모든 움직임을 빠짐없이 포착, 보고하라』
지난 12일 북한 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 이후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는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영사부건물.
서방기자들을 비롯, 매일 평균 2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경쟁에 나선 이곳에서는 취재진 못지않게 북측 요원들이 대거 상주하면서 치열한 감시 및 정보수집 활동을 벌여 날카로운 대치국면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전날 중국 공안당국이 한국 국적의 민항기에 대한 테러대비를 당부한 사실과 이날 오후 북한측 정예 행동대원들이 대거 차출돼 북경에 잠입했다는 미확인 소문이 함께 퍼지면서 영사부 주위는 차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현재 30명 수준으로 불어난 이들 북한요원은 24시간 교대로 상주하면서 한국 영사부 동태 및 출입인사들을 밀착 감시하고 있어 잘 조직돼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 이후 평양에서 급파된 특수요원과 주중 북한대사관직원 및 중국 동북방의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에서 근무하다가 비상소집된 북한요원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사부 건물 밖에 설치된 통제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이들은 일단 말이 통하는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1차 취재」를 하고 있어 가뜩이나 테러위협에 신경이 곤두선 한국기자들과 신경전까지 벌이기 일쑤다. 『영사부 안에는 들어가 보셨습니까』 『황비서는 어느 방에 있답디까』 등이 한국기자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척하다 물어보는 단골 질문 항목들.
일부 요원들은 심지어 한국기자들이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본사에 기사를 송고할 경우 한마디라도 귀에 주워담기 위해 바싹 다가오는 바람에 한국기자들이 이들을 피해 멀리 떨어져 기사를 불러야 할 정도.
현재 이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한국측이 혹시 황비서를 몰래 딴 곳으로 옮기지 않을까 하는 것. 이 때문에 이들은 영사부에 출입하는 한국대사관차량의 번호를 일일이 확인한 뒤 무전기를 통해 상부로 보고하고 있다.
한편 북한요원들은 황비서의 망명사건에 대한 한국언론 보도내용도 매일 입수하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한국취재진과 대화를 할 때에는 이날 아침 보도된 신문내용이 곧잘 『황비서 사건에 대해 한국신문에 왜 왜곡보도가 자꾸 나가느냐』 『왜곡보도를 하지 말라』 『민족적 견지에서 이 사건을 봐라』는 등 은근히 압력성 발언을 하기도 해 한국취재진을 다소 긴장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