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韓－中－美 외교 『살금살금』

[방형남기자] 북한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문제를 놓고 한국 중국 미국의 외교접촉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황비서 문제의 처리는 이들 3국 사이의 관계는 물론 3국과 북한과의 관계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다. 만일 3국의 협조가 제대로 안돼 이 문제가 꼬이면 남북관계는 극도의 혼란에 빠질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3국 관계자들은 팽팽한 긴장 속에 극도로 신중히 대응하고 있다. 황의 한국망명이 실현될 것인지, 실현된다면 언제일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전적으로 중국정부의 결심에 달려 있다. 비록 그가 북경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머무르고 있지만 중국정부의 허락없이는 망명지로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을 서울로 데려오기 위한 정부의 1차적 노력은 중국정부와의 교섭에 집중되고 있다. 柳宗夏(유종하)외무부장관도 황의 망명요청이 보고된 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외무장관회의 참석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13일 오후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錢其琛(전기침)중국외교부장을 만나 담판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한 사이에서 곤혹스런 처지가 된 중국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황의 의사대로 한국망명을 허용하라고 중국측을 몰아붙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침은 중국이 북한의 비난을 적게 받으면서 황의 망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단독으로 황의 망명을 허용하는 방식보다는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을 개입시키거나 황을 홍콩 등 제삼국으로 보내 한국망명을 허용하게 하는 방법도 이에 속한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에 협력을 요청한 것은 국제적인 인권문제해결에 관한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중국에 어떤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결심을 하지 않았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단계에서 미국이 개입하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