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클린턴 美대통령 도덕성 『하늘과 땅차이』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20년전 취임했던 지미 카터 미국대통령과 지난달에 취임식을 가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사이에는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중도 민주당 출신이고 남부 시골에서 자랐으며 둘 다 성공적인 주지사 생활을 지냈는가 하면 모두 취임식때 성경을 인용해 선서한 기독교 신자들이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난 이같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신앙심과 정치적 처신에는 현격한 차이를 볼 수 있다. 카터대통령의 경우 그는 주일학교 교사같은 태도를 보임으로써 실용주의자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있었지만 미국인들은 진실된 사람됨이 좋아서 그를 대통령에 추대했었다. 그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정직과 성실이 그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석유파동이 나자 그는 스스로 두꺼운 옷을 입고 근검을 주장했으며 이란에 미국인 인질이 잡히자 너무 어려운 문제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만났을 때 그는 경기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솔직히 말했었다. 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를 실망시킨 채 (재선에서 그를 선택하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 보냈다. 20년후인 오늘날 클린턴대통령은 탁월한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종교적인 신뢰성을 주기에는 알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화이트 워터사건과 관련해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으며 여자문제로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카터대통령이 실책을 인정하는 스타일이지만 클린턴은 그같은 사건들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실책을 합리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카터와 달리 그는 재선에 성공해 또 한번의 취임선서를 할 수 있었다. 카터때와 달리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클린턴을 실망시키지 않았지만 막상 클린턴은 미국인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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