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높이는 다이애나,BBC방송서 「對人지뢰제거」촉구

  • 입력 1997년 2월 11일 20시 17분


[박내정 기자] 지난해 찰스와 이혼하면서 「비운의 왕녀」 인명록에 오르는 것처럼 보였던 다이애나 전왕세자비가 대인(對人)지뢰 제거운동을 계기로 갈수록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다이애나는 대인지뢰 제거문제를 다룰 오스트리아 빈 회의 개막일을 하루 앞둔 11일 BBC방송의 시사비평 프로그램인 「문제의 핵심」에 출연, 전세계적인 지뢰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1월 최대의 지뢰피해국인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한 자신의 행위가 순전히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 자신을 「정치판에 흙탕물을 튕기는」 존재로 묘사한 정치인들에게 회심의 일타를 날렸다. 다이애나가 영국을 대표하는 방송의 비평프로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 95년에는 자신의 혼외정사를 이 방송에서 당당하게 밝혀 찰스와의 이혼협상을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었던 전력이 있다. 대인지뢰 제거는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들의 반발이 심한 외교적 사안이다. 전왕세자비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이 나올 법하다.그러나 다이애나가 직접 원고를 쓴 이 프로는 다리가 절단된 어린이들 앞에서 터지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는 진지한 모습을 방영, 「어머니 자격」으로 앙골라를 방문했다는 그의 주장에 더욱 무게를 실어줄 전망이다. 지난 3∼4년동안 끊임없이 다이애나를 괴롭혔던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들도 앙골라 방문이 디자이너 헤어드레서 등이 수행하지 않은 전례없이 「겸손한」 것이었다며 영국 왕실에서 비슷한 선행을 베풀었던 앤공주에 비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컸다고 칭찬했다. 이 때문에 다이애나의 BBC출연은 이혼 후 조심스럽게 봉사활동을 펼쳤던 그가 왕실과 정부가 인정해주지 않았던 「친선대사」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영국인들 앞에서 선언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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