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潤鐘기자]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음반사 EMI가 창립 1백주년 기념전집을 내놓았다. 전집은 11장의 음반에 각 장마다 10년사(史)분량의 레코딩 하이라이트를 수록해 레코드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마지막 11번째 음반에는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의 해설과 함께 2분여씩 30여곡의 명곡 레퍼토리를 수록, EMI의 산 전설을 축약해 넣었다.
EMI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원반레코드(디스크)의 발명자 에밀 베를리너가 1897년 영국 그라모폰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에디슨의 원통형 축음기가 발명된 것은 1877년이었으며 베를리너가 상업용 디스크를 미국에서 처음 발매한 것이 1890년 이었으므로 올해는 축음기 1백20주년이자 레코드 1백7주년이 되는 셈이다.
기념음반은 98년 런던에 온 레코딩 프로듀서의 「시조」 프레드 가이스버그가 발로 뛰어 얻어낸 녹음기록들로 시작된다.
최초에는 대음악가들이 「포장된 음악」인 레코드 녹음에 응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지지만 20세기의 문턱에 들어서면서부터 테너 카루소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 등 거장들의 면면이 음반 곳곳을 수놓는다.
19세기를 중심으로 활동한 대작곡가 사라사테 그리그 등이 자작곡을 연주한 희귀한 녹음도 여기서 만나볼 수 있다.
11장의 음반을 차례로 집어들다 보면 잡음이 지글대는 「유성기」복각음반으로부터 전기녹음시대―초기LP―스테레오―디지털시대를 거치는 음질의 변화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시대에 관계없이 일관된 특징이 있다면 초기의 카루소 슈나벨 티보 등 전설적인 거장에서부터 펄먼 로스트로포비치 장영주 등 이 시대의 스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장식하는 화려한 면면의 연주자들이 20세기의 신화를 망라하고 있다는 점.
예술가들의 초상 및 상세한 곡설명, 음반 발매시의 일화를 풍성히 적어넣은 해설지와 함께 깔끔하게 만들어진 수납 케이스도 이 전집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EMI사는 창립 1백주년을 맞아 4월 영국 글라인드본에서 알라냐 게오르규 베어 헨드릭스 등 정상의 가수들이 펼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풍성한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