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젊은이 박애정신 확산…국제구호활동 활발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李奇雨기자」 지난 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난민 원조에 가장 열성적이었던 유럽 국가는 어디일까. 경제적 부국인 독일이나 나서기 좋아하는 프랑스 영국 등을 제치고 뜻밖에도 스페인이 국제구호단체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은 최근 2,3년동안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페인인 사이에 박애주의 정신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때문에 이들은 세계의 어느나라 보다도 국제 인도주의단체나 시민단체의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스페인인들의 이같은 변화는 놀라운 것이다. 스페인은 지난 10여년동안 경제성장과 과소비 풍조 속에서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팽배, 도덕성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들이 그동안 숭상해왔던 기업인들의 부가 사실은 협잡에 의한 것이었으며 정부도 한통속이 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도덕성 회복에 대한 강한 갈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94년에 있었던 젊은이들의 대(對)정부 단식투쟁은 이러한 변화를 가시화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일단의 젊은이들이 스페인 국부(國富)의 0.7%를 지구촌의 빈국들에 환원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선 것. 당시 젊은이들을 너무 이기적이라고 여겨왔던 기성세대에겐 큰 충격이었다. 「함께 사는 세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스페인에서는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회원수가 작년에만 27%나 증가했다.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 의사들」도 스페인내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정기회원과 자원봉사 의사들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은 회비를 내는데만 만족할 수 없다는 스페인 지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행동하는 환경보호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마드리드에 있는 컴플루텐스대의 사회학 교수인 아만도 드 미구엘박사는 『우리는 지금 「도덕적 숙취」에서 깨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이제 나만 아는 「여피」의 신화는 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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