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계를 움직인 사람들/빌 게이츠]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權宰賢기자」 몽고의 초원을 통일, 아시아 젊은이들의 경배의 대상이 된 테무진과 몽고군이 그러했듯 PC업계를 평정한 빌 게이츠(41)와 그의 마이크로소프트(MS)군단도 올해 이웃 업계에 대한 정복활동을 본격화하면서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까지 심어줬다. 지난해 윈도95로 MS의 깃발을 휘날린 「정보산업계의 칭기즈칸」이 먼전 눈을 돌린 곳은 인터넷시장. 지난 연말 게이츠는 「PC의 탄생이후 가장 극적인 사건」을 간과한 자신의 과오를 시인하면서 인터넷시장에 대한 적극 공략을 선언했다. 그리고 몇개월만에 넷스케이프사가 인터넷 웹브라우저시장에 구축해놓은 「내비게이터」란 난공불락의 성채를 포위공격하기 시작했다. MS의 병사들은 6월 자사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인터넷 프로그램언어인 자바를 장착하는 민첩함을 보였고 8월에는 내비게이터에 필적하는 익스플로러3.0이라는 신무기를 개발해냈다. 급기야 넷스케이프의 경영진의 입에서 『대형트럭에 쫓기게 된 토끼신세』라는 비명이 터져나왔으나 게이츠의 추격전은 집요하기만 했다. 그 승부는 내년으로 예약된 내비게이터4.0과 익스플로러4.0간의 대회전으로 당겨졌다. 게이츠의 지평선은 컴퓨터 계곡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7월에는 NBC와 손을 잡고 CNN의 뒤를 이은 제2의 뉴스전문케이블방송 MSNBC를 출범시켰다. 또 인터넷상의 잡지인 웹진으로 정치지 「슬레이트」와 X세대지 「민트」, 패션지 「언더와이어」를 창간했고 영화와 게임 CD롬 등 미디어산업에만 4억달러를 투자했다. 내년에는 그 액수를 10억달러로 늘려잡고 있다. 게이츠가 이처럼 정보통신산업 전분야로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은 「내용물을 지배하는 자가 왕이다」는 신념하에 전세계의 미래를 지배하는 소프트웨어왕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올해 워싱턴주 메디나에 완공한 4천만달러짜리 초호화 저택은 이런 야망의 축소판이었다. 손님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조명과 음악 전화벨까지 자동조종되는 이 첨단왕궁이야말로 미래의 일상생활 곳곳에 MS의 깃발을 꽂고 그 세금을 받겠다는 말없는 웅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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