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하벨대통령「우울한 나날」…부인 암사망 자신도 투병

  • 입력 1996년 12월 4일 20시 16분


「본〓金昶熙특파원」 요즘 체코 국민들은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투병소식에 대단히 우울하다. 세계에서 가장 지성적이면서 도덕적인 대통령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그가 지난2일 무려 5시간에 걸친 폐종양 제거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악성종양」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약 2주간의 요양기간만 지나면 하벨 대통령은 퇴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0세의 나이에 체인 스모커인 그의 병명은 병원측이나 대통령궁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폐암이 확실한 것으로 국민은 믿고 있다. 게다가 올해초 부인 올가 역시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지난주 하벨 대통령 입원이후 대통령궁의 전화는 그의 용태에 대한 국민의 문의로 불이 날 지경이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집권6년째인 하벨 대통령의 지지도가 무려 82%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산정권시절 대표적인 저항지식인의 한사람으로 민주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신생 체코의 정체성 확보에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코 국민에게 「하벨의 후계자」를 거론한다는 것은 커다란 금기사항에 속한다. 특히 은행 파산위기, 끝없는 의회내 정쟁 등 올해 하반기 연쇄적으로 터져나온 난제들도 그의 「도덕적 권위」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상상 이상으로 치솟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다. 극작가 출신인 하벨 대통령이 정치 경제분야의 복잡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입원기간중 국민의 최대관심사가 그의 용태문제로 옮아갔었다는 사실은 신생국 체코에서 그의 역할이 아직 뚜렷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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