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협 지방中企]〈하〉규제 완화-인프라 개선 시급
대학과 연계 실무형 인재 육성… AI 자동화로 인력 의존 줄이기도
“업종 규제 풀어 노후 산단 살리고 교육-기술-정주 여건 개선해야”
“우리 회사가 실제 쓰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트윈(가상모형) 기술을 배웁니다. 성과 우수자에게는 채용 기회도 드리겠습니다.”
올해 3월 강원 춘천시 한림대의 한 강의실. 디지털트윈 기업 더픽트의 전창대 대표(33)가 교수 대신 수업을 소개했다. 지역 중소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개설한 이 수업은 임직원이 직접 실무를 교육하며 입사 기회까지 제공한다. 실제 이 수업과 연계해 9명이 더픽트에 입사했다. 전 대표는 “채용 공고만 내고선 인재를 모실 수 없다”며 “대학으로 찾아가 실무 인재를 직접 키워야 한다”고 했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구인난과 기술 경쟁력 격차 극복을 위해 인재 모시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대학에서 맞춤형 인재를 키우거나 인공지능 전환(AX) 등을 통해 일터를 청년 친화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다만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규제 완화와 인프라 개선 등 지방 중소기업을 살릴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년 눈높이 맞추려는 지방 중기
21일 통계청의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2024년의 20년간 비수도권 청년층(20∼34세)은 한 해도 빠짐없이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여전하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 중 중소기업 비중은 2019년 5.0%에서 2023년 3.6%로 하락했다. 중소기업 이직률은 2019년 5.2%에서 2024년 5.4%로 올랐다. 2024년 대기업 이직률은 3.6%에 그친다.
이에 지방 중소기업들은 고강도 투자를 통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하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부산의 금속 도금 전문기업 동아플레이팅은 2018년 스마트공장 도입 전까지 청년 입사자들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이오선 동아플레이팅 대표는 “도금 공장을 5성급 호텔처럼 만들겠다”며 영업적자 속에도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고위험 작업을 자동화하고 현장 인력 절반을 사무직으로 전환한 결과, 평균 연령은 35세로 낮아졌고 평균 근속 연수도 7년으로 늘었다.
AI 기반 신공장을 지어 인력 수요를 줄이려는 곳도 있다. 대구 정밀기계부품 기업 대성하이텍은 의료기기 신사업 진출을 위해 총 300억 원을 투자해 AI 자율제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완공 시 수작업에 50명 필요한 공정이 5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우각 대성하이텍 대표는 “지방 기업의 청년 구인난 해결이 쉽지 않다 보니, 인력 의존도를 낮추려면 자동화 설비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인프라 부족, 규제도 걸림돌… ‘패키지 지원’ 시급
다만 개별 기업의 노력이나 지방 대학과의 산학 연계만으로는 지방 중기의 생존 문제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주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재직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노후 산단의 인구 1만 명당 식당은 18개에 그쳐 전국 평균(338개)에 크게 못 미쳤다. 카페 역시 11개로 전국 평균(45개)과 차이가 났다. 전창대 대표는 “지역은 의식주,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직원들이 수도권으로 이직하려는 욕구를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첨단 업종 전환을 막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염색산업단지는 최근 업황 악화로 공장 가동률이 50%로 떨어지고 8개 업체가 휴업에 들어갔다. 입주기업들은 첨단 업종으로 변경을 원하지만, 산단 관리기본계획상 입주 가능 업종이 염색 분야로 한정돼 있어 신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이 불가능하다. 박광열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낙후된 산단을 살리려면 업종 규제를 풀어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신산업이 지역에서 발전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단발성 보조금보다 교육과 기술, 정주 여건 개선을 묶은 패키지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지역 중소기업들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AI 시스템 지원과 직원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며 “또한 주거 문제와 자녀 교육 해결, 지역 경제 활성화 노력까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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