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내에서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가 켜졌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3일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인 부총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거론한 것이다.
한은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후 1년간 금리를 2.5%로 묶어뒀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종료하고 인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제의 큰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1분기 반도체 호황을 타고 1.7%의 ‘깜짝 성장’을 한 데다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뛰어 물가 상승 압력은 훨씬 커졌다. 중동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월 물가 상승률은 2%대 중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 소방수’인 중앙은행이 등판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고채와 은행채 등 시장 금리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다 대출 규제로 가산금리까지 오르면서 지난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중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34%로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오기) 투자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신용 위험은 커진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3조 원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지금도 부동산과 증시에 막대한 빚투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주담대는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스피가 7,000 선에 육박하면서 증시에 빚투 자금도 몰리고 있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 36조 원을 넘었다. 금융당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관건은 중동전쟁 여진이다. 이 여파로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한은이 연내에 금리 인하 사이클을 끝내고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금통위에서 긴축 기조로 전환하는 예고 신호가 나올 수 있다. 금리 인상기에는 미리 빚부터 줄이는 게 상책이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빚투 대출 문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은 무리한 영끌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금리 인상 경고음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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