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무인전 시대, 중동戰이 남긴 군사적 교훈[기고/고성윤]

  • 동아일보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가늠자다. 과거 전쟁은 막대한 화력과 병력을 동원한 물리적 점령에 집중했다. 이제는 저비용 고효율의 무인체계와 고도의 인공지능(AI) 방공망이 교차하는 지능형 소모전으로 진화했다. 이는 향후 군사전략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충돌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특징은 원거리 정밀 타격전의 고도화다. 이란은 과거 대리 세력을 내세우던 방식에 더해 본토에서 직접 대량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주변국을 타격하는 승부를 택했다. 이는 미국 내 여론 압박까지 계산한 접근이며, 이란의 비대칭 대응은 드론 중심의 가성비 전략으로 현대전의 논리를 새롭게 정의했다.

드론 전력화의 핵심은 하이-로 믹스 전략의 극대화다. 이란은 수천만 원대에 불과한 샤헤드 계열 자폭 드론을 대거 투입해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을 흔들었다. 이는 적의 정밀요격 미사일을 강제로 소모하게 만들어 방어 비용을 폭증시키는 전술이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요격 미사일을 저가 드론 방어에 쏟아붓게 함으로써 방공망의 빈틈을 만들고, 그 틈을 타 탄도미사일을 투입하는 방식은 매우 위협적이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드론을 핵심 표적에 대한 핀셋 타격 용도로 활용하며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쟁의 명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결국 드론 전쟁의 승패는 단순한 성능보다는 충분한 보유량과 적 방공망의 허점을 찌르는 회피 기동능력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전술의 이면에는 AI와 우주, 그리고 전자전 전력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AI가 방대한 첩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표적을 식별하고 최적의 타격 시점과 수단을 결정한다. 또한 위성자산을 통한 실시간 감시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만은 적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핵심 요소다. 해상전력 역시 미사일 투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공중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입체적인 공격망을 형성한다.

중동전의 교훈은 한국 방위산업과 군사전략에 시사점을 던진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AI 기반 드론과 자폭 무인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우리 군의 방공망을 교란하기 위한 대량 투발 전술을 연마하고 있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수도권 상공을 위협했던 사례에서 보듯, 저가형 드론의 대량 유입은 우리 안보의 실질적인 위협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대(對)드론 저가형 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적은 비용으로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레이저 대공 무기의 조기 전력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동시에 모든 무기 체계에 AI 시스템을 적용해 탐지에서 격멸까지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려면 초소형 위성 군집을 통한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적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무력화하는 킬 체인의 지능화가 요구된다.

미래의 승리는 더 비싼 무기를 가진 자가 아니라, 더 똑똑하고 효율적인 체계를 갖춘 자의 몫이다. 적의 저가 공세에 고가 자산으로만 대응하는 방식은 소모전에서 패배를 자초할 위험성이 높다.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를 통해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지능형 방공망을 통해 방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군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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