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6%-식료품 4.8%-외식 4.4%
필수생계비 물가도 더 많이 올라
체감 소득 줄어 직장인들 직격탄
9년 차 직장인 최정효 씨(33)는 올해 연봉이 지난해 대비 5% 올랐다. 하지만 지갑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실제 월급명세서를 항목별로 살펴보니 세금이 연봉 상승분보다 더 많이 빠졌다. 식비, 전기요금, 월세 등 생활비 부담도 커졌다. 그는 “연봉이 오른 것은 좋은 일인데, 실제로 수중에 남는 돈은 더 줄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최 씨만 느끼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 필수 생계비 등이 근로자 월급보다 더 빠르게 오르며 체감 소득은 줄거나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20년 352만7000원에서 2025년(1∼8월) 415만4000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3.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지방세 포함)와 사회보험료는 44만8000원에서 59만6000원으로 연평균 5.9% 늘었다. 월급보다 세금, 보험료의 증가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그 결과 임금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사이 12.7%에서 14.3%로 높아졌다. 실수령액은 같은 기간 307만9000원에서 355만8000원으로 증가했는데, 연평균 상승률은 2.9%에 그쳤다.
빠져나가는 돈을 항목별로 보면 근로소득세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난 5년간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3% 늘었다. 한경협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기본공제액이 물가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 구간은 2023년에 일부만 조정됐으며, 기본공제액은 2009년 이후 16년간 동결돼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임금과 물가가 오르는데,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만 소득이 낮았던 예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근로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보험료도 꾸준히 올랐다. 2020년 31만6630원이던 월 보험료는 올해 39만579원까지 상승했다. 고용보험은 연평균 5.8%, 건강보험은 5.1%, 국민연금은 3.3% 올랐다. 내년에는 건강보험뿐 아니라 동결됐던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오를 예정이라 근로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필수생계비도 근로자 부담을 키웠다. 최근 5년간 필수생계비 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3.9%로, 같은 기간 임금 상승률(3.3%)을 넘어섰다. 물가 상승률은 △수도·광열(6.1%)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4.8%) △외식(4.4%) △교통(2.9%) △주거(1.2%) 순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지금은 임금이 늘어나도 과세표준이 예전 그대로라 많은 근로자들이 저절로 상위의 과세표준에 속하게 된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물가가 임금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데 과세표준이 그대로라 임금이 늘어도 가처분 소득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저소득 청년층, 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의 세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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