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업계가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논의 중인 가운데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합작사 HD현대케미칼에 총 8000억 원을 수혈한다. 주채권은행에 금융 지원을 요구하는 동시에 대주주 차원에서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3일 금융권 및 관계 부처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을 자회사로 둔 HD현대오일뱅크는 총 8000억 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포함한 자구안을 산업통상부에 제출했다. 롯데와 HD현대가 각각 4000억 원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사는 이날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 ‘금융 지원’도 신청했다. 채권단 자율 협약에 따라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인 석유화학 기업들은 주채권은행에 금융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양사는 사업 재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에틸렌 생산용 나프타분해설비(NCC·110만t)의 가동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산석화단지 NCC가 통폐합되면 연간 195만t인 양 사의 에틸렌 생산 규모는 85만t(HD현대케미칼만 생산)까지 줄어들게 된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해 에틸렌 공급 과잉이 장기간 이어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금융 지원을 받게 되면 가동이 중단되는 NCC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대산석화단지 통폐합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없도록 롯데케미칼 전 직원들은 HD현대케미칼 소속으로 전환 배치된다.
금융권에서는 양 사가 산은에 금융 지원을 신청한 만큼 대산석화단지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은은 이번 주 채권단 자율협의회를 소집해 구체적인 금융 지원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된 상태다.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이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특별법에는 △각종 인허가 절차 통합·간소화 △고부가·친환경 전환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재정·금융 지원 △세제 지원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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