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깔리자 車 ‘번쩍’ 들었다…11명의 ‘시민 영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일 13시 44분


횡단보도에서 초등학생이 차 밑에 깔리자 차를 들어 올려 구한 시민들. 수원시 제공
횡단보도에서 초등학생이 차 밑에 깔리자 차를 들어 올려 구한 시민들. 수원시 제공
교통사고로 차에 깔린 초등학생을 구조한 시민 11명이 모범시민 표창을 받았다.

2일 경기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후 9시경 영통구 매탄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A 군이 우회전하던 승용차와 부딪혀 범퍼 밑에 깔렸다.

해당 승용차 운전자는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택시 기사인 조화용 씨(57)는 곧장 상황을 살폈다. 조 씨는 섣불리 차를 뒤로 움직이면 아이가 다칠 수 있다고 판단해 차를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A 군을 구조하기로 했다. 그는 주변에 “도와 달라”고 소리쳤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이 차량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자 시민들이 차량을 들어올려 구조한 현장 모습. (독자 제공) ⓒ뉴시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이 차량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자 시민들이 차량을 들어올려 구조한 현장 모습. (독자 제공) ⓒ뉴시스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던 채창주 씨(54)는 119에 신고한 뒤 A 군 구조에 힘을 보탰다. 산책 중이던 윤혜영 씨(48)와 남편 여인서 씨(50)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자율학습을 마치고 하교하던 매탄고등학교 학생인 곽진성·임세진 군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곽 군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다친 A 군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어 119에 전화해 “의식은 또렷하다. 얼굴에 멍이 들었고 입술이 약간 찢어졌다”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곽 군은 “꿈이 소방관이라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임 군은 “동생이 사고를 당한 아이와 또래여서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A 군은 찰과상을 입었으며 크게 다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장에 도착한 소방으로부터 응급 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수원시는 현수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A 군의 구조를 도운 시민들을 찾았다. 이재준 시장은 1일 이들을 집무실로 초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했다.

이 시장은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며 아름다운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125만 수원시민을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를 낸 승용차 운전자는 경찰에 “A 군을 미처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스쿨존 내 사고인 점 등을 고려해 운전자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조사할 방침이다.

#미담#수원#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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