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인문학으로 세상 읽기]술술 안 넘어가는 책은… ‘눈-귀-입’으로 읽어보자

  • 동아일보

복잡한 구성 가진 문학상 수상작들… 쉽게 읽고 싶다면 묵독보다 낭독을
시각-청각 모두 활용돼 밀도감 높아
책 내용이 머릿속에 영상처럼 남고, 인물 관계도 등 이해되는 구간 생겨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왼쪽)가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 참여해 참석자들과 대담하고 있다. 한강은 이날 관객 700여 명 앞에서 소설 ‘희랍어 시간’ 일부를 낭독했다. 스톡홀름=AP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왼쪽)가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 참여해 참석자들과 대담하고 있다. 한강은 이날 관객 700여 명 앞에서 소설 ‘희랍어 시간’ 일부를 낭독했다. 스톡홀름=AP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10월 9일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한강 작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대표작은 ‘사탄 탱고’. 국내에 소개된 이 작가의 소설 6종은 모두 ‘알마’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됐습니다. 좋은 작품을 뚝심 있게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한 출판사도 노벨문학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 ‘세계의 확장’ 소설을 읽는 이유

소설은 우리를 특별한 배경 속으로 초대한 뒤, 개성 있는 인물을 통해 사건을 드러냅니다. 소설가는 그 사건을 천천히,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고 묘사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나 상황에 독자는 집중하며 빠져들게 됩니다.

좋은 소설을 자주 읽는 것은 사고를 자극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자극제가 되곤 합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을 읽고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솔직한 심정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되거나, 헤르만 헤세의 ‘싯타르타’를 읽으며 지혜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도 얻습니다. 서맨사 하비의 ‘궤도’를 보면서 지구 궤도를 돌며 24시간 동안 16번의 일출과 일몰을 마주하는 우주비행사가 보내는 지구 밖의 시간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사탄 탱고’ 판매량이 늘었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 작품 판매량이 수상자 발표 직후 반짝 상승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있는 나날’,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등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큰 상을 수상한 작품이나 고전으로 칭송받는 소설 중 일부는 복잡한 구성, 많은 등장인물,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사건들로 독자를 미궁에 빠뜨리고 때로는 좌절시키기도 합니다. 흔히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불리는 노벨문학상, 부커상, 공쿠르상 수상작을 읽으려면 각오가 필요합니다.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다, 쉬려고 있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읽으면 뭔가 남는다’며 마음을 다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 낭독으로 쌓는 이해의 즐거움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희곡 전문서점 ‘인스크립트’에서 열린 낭독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책을 낭독하고 있다. 낭독은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활용하는 독서로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희곡 전문서점 ‘인스크립트’에서 열린 낭독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책을 낭독하고 있다. 낭독은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활용하는 독서로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동아일보DB
이렇게 긴장시키는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는 ‘낭송하기’입니다. 소리를 내어 책을 읽는 낭독(朗讀)을 하면 속도는 더디지만, 꼼꼼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틀리게 읽지 않기 위해 소리에만 집중해서 이해가 더 안 되기도 하지만, 꾸준히 지속하면 영상을 찍듯이 머릿속에 책의 내용이 영상처럼 그려집니다. 퍼즐 맞출 때 갑자기 느껴지는 희열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이해되는 구간이 생기기도 하고, 인물 관계도가 선명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용히 책을 읽는 묵독(默讀)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지점에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아마도 눈과 입, 성대, 청각까지 동원하여 읽는 독서라 더 밀도 있게 받아들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라 베르마’라는 여배우의 연기를 보여 이런 말을 합니다. “그때 나는 여배우의 연기를 연구할 생각에만 온통 몰두해 있었으므로, 그 연기에 담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내 생각을 가능한 한 폭넓게 열어 두려고 애썼다. 이제 와 생각하니 바로 이것이 찬미였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생각을 폭넓게 열어 두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찬미’의 경험을 쌓아가면 좋겠습니다. 이름만 들어봤던 책이나, 읽겠다고 벼르며 사둔 책들을 읽어보며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시기 바랍니다.

문학상 수상자들의 책들도 펼쳐 낭송해보며 삶을 찬미로 가득 채우시기를 바랍니다.

#노벨문학상#소설 읽기#낭독#문학상 수상작#독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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