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2,400에서 시작된 코스피는 11월 3일 4,200까지 상승하면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코스피 상승은 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재평가 기대, 글로벌 유동성 확장에 따른 증시로의 자금 유입 때문이다.
하반기(7∼12월) 코스피 강세의 일등 공신은 인공지능(AI)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범용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 전망치 상향 기대로 9∼10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54%, 109% 급등했다.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10월 수출은 596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를 기록했는데, 이 중 반도체가 157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25.4% 상승)로 역대 10월 중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가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 시장 강세의 또 다른 배경은 글로벌 유동성 확장 기조다. 2015년 말 12조3000억 달러 수준이던 미국의 광의통화(M2)는 현재 22조2000억 달러로, 2015년 말 2400조 원 수준이던 한국의 M2는 현재 4430조 원으로 10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통화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즉, 시중에 풀린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자산 가격(주식, 부동산)의 상승을 자극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1월 코스피는 조정이 지속됐다. 올 9∼10월 코스피는 30% 수준의 급등을 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기간·가격 조정을 받는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시장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보다 세심한 전술 대응이 요구된다. 투자 기업의 이익 증가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 시장에서 이익 증가가 명확한 곳은 반도체 섹터다. 고마진 HBM 매출 증가와 추론 시장 개화에 따른 범용 반도체 가격 급등이 이익 전망 상향의 근거다. 지난달 21일 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37조 원에서 내년 77조 원으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올해 42조 원에서 내년 71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 AI 버블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는 생존 경쟁이 된 상황이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과점화와 HBM 기술 우위를 통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이익 체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밖에 범AI 밸류 체인에 해당되는 전력기기·유틸리티·원전, 글로벌 빅파마향 기술 수출이 나오고 있는 바이오, 배당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주식 시장의 상승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시장의 상승 기울기가 가팔랐기 때문에 11월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 수준으로, 여전히 글로벌 주요 국가 중 가장 저평가되어 있다. 관심 기업의 밸류에이션과 적정 주가를 가늠해 보고, 가격 조정을 받을 때 분할 매수 및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좋겠다.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변동성을 이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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