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왜 25만원을 이기지 못했나”…조정훈·2030의 냉정한 진단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2월 1일 15시 39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29일 오후 서울 마포 지역구 사무실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29일 오후 서울 마포 지역구 사무실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수 정치의 소통 방식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현실 속에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서울 마포갑)이 2030 청년들과 직접 만나 감성 언어·직관적 메시지 중심의 ‘보수 언어 혁신’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정치의 언어는 직관적으로 작동하는데, 보수는 이성적 언어에 갇혀있다”며 메시지의 무게감을 덜고 청년의 언어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지역구 사무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운영하는 청년 정치·정책 아카데미 ‘코어(CO·RE)’ 1기 교육생 30여 명이 피자를 나눠 먹으며 조 의원과 정치·정책 현안을 놓고 토론했다. 이날 간담회는 보수 진영의 메시지 전략과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한 날선 진단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찰진 언어’…보수의 이성적 말 와닿지 않아

조 의원은 “민주당은 얄미울 정도로 ‘찰진 언어’를 쓰는 정당”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예를 들어 ‘모든 국민에게 25만 원’.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직관적이고 단순하다”며 “그에 대한 우리의 카운터는 뭐였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재정 건전성’ 같은 말은 팍팍한 삶을 사는 국민들한테 와닿지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재정 건전성과 25만 원, 누가 이길지 너무 뻔하지 않냐”며 “정치의 언어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다. 지금 이렇게 낭비하면 안 되는 건 알고 있지만, 감성이 앞서는 게 현실”이라며 “머리를 움직이는 건 감성이 결정한 한 다음에 그걸 합리화하는 과정에 이성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훈 의원이 2030 청년들과 만나 보수 정치 언어의 약점을 진단하며 ‘감성·직관 중심 메시지’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긴 글·사자성어·이성 언어의 한계를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이 2030 청년들과 만나 보수 정치 언어의 약점을 진단하며 ‘감성·직관 중심 메시지’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긴 글·사자성어·이성 언어의 한계를 지적했다.

“긴글 NO! 현수막은 간결하게…‘주류 멘탈’ 버려야”

조 의원은 효과적인 소통 방식 하나로 ‘메시지 경량화’를 꼽았다. 그는 “제발 페이스북에 긴 글 좀 쓰지 마라. 아무도 안 읽는다. 지금은 인스타도 유튜브도 쇼츠로 가지 않냐”며 “현수막도 0.5초 만에 읽을 수 있도록 한 줄로 써야 한다. 현수막을 서서 읽는 사람은 정당 관계자이고 국민들은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자성어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 아무도 이해 못하는 데 자기 만족만 하는 오래된 언어는 좋지 않다. 젊은 사람들의 랭귀지에 맞는 언어를 좀 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7승 8패의 보수…‘지는 습관’ 가장 무서워”

조 의원은 보수 진영이 스스로를 ‘주류’라고 착각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우리 보수가 운전대에 앉고 진보가 보조석에 앉은 느낌이었는데, 지금 현실은 보수가 보조석에서도 밀려나가기 직전이다. 긴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1997년 이후 보수 진영의 주요 선거를 ‘7승 8패’로 평가하며 “승률이 이미 5할 아래인데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는 데 익숙해지는 게 가장 두려운 것이다. 국민들은 ‘내 표가 사표 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계속 지는 쪽에 표를 주지 않는다”고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면서 “여러분 같은 청년들이 빨리 치고 올라와야 저 같은 사람이 집에 간다. 저 같은 아저씨들을 좀 빨리 집에 보내달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던졌다.

● 전국 청년 모여 ‘보수 정치 리빌딩’ 실험 중

코어는 ‘Conservative Representative(보수 대표)’의 약자이자 ‘핵심’을 의미하는 단어로, 보수주의 철학과 정책·입법 실무까지 청년의 눈높이로 머리를 맞대는 정치 아카데미다.

지난달 초 전국의 만 45세 이하 청년 수강생을 모집해 강의와 토론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내달 24일까지 격주 토요일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리고 있다.

청년들은 현역 의원과 지자치단체장,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 등의 강의를 들은 후 토론과 비평문을 통해 의견을 교환한다. 또한 정치 현장 탐방과 멘토링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 중에는 올해 만 17세 학생부터 아이를 가진 부부 참가자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KTX와 비행기를 타고 와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정훈#국민의힘#보수정당#청년소통#정치언어#메시지경량화#코어아카데미#선거승률#정치토론#여의도연구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