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보다 더 공격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오히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 폭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외 시장이 주목받는 반면 국내 코스피에선 이달 외국인이 최대치를 팔고 개인은 사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국민연금 해외투자, 전년 동기보다 92% 늘어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는 총 245억1350만 달러(약 36조 원)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7억8540만 달러보다 91.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 주식 투자는 95억6070만 달러에서 166억2450만 달러로 73.8% 늘었다. 한은은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를 국민연금으로, 비금융기업 등을 개인투자자로 해석하고 있다. 전체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4.1%로, 개인투자자(23.1%)보다 11%포인트 높았다. 국민연금이 서학 개미보다 외환시장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고환율을 잡기 위해 24일 한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과 4자 협의체를 가동해 ‘뉴 프레임워크’(새 기본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수십조 원의 해외 자산을 매수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원-달러 환율에 가급적 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기금의 수익성 확보와 기금 고갈 시점 연장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어 연금 운용 개입에 신중한 편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계획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마련한다. 이 계획은 기금운용위원회 의결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후 대통령이 승인하면 매년 6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기재부는 이 과정에서 협의 및 조정 권한을 행사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조정할 수 있다.
●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 역대 최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또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풀렸던 달러가 줄어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이다.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1~28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14조4562억 원 순매도했다. 이는 월별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액 기준 역대 최대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9조2875억 원으로 역대 3번째로 많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내외 정책요인으로 외국인의 순매도액이 점차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외환당국 개입과 12월 미국 기준금리 결정 이후 달러 강세가 진정되며 외국인 자금의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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