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출 총량 규제의 한도를 맞추기 위해 연말 대출 창구 문을 잇따라 닫으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둔화됐다. 반면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610조9284억으로, 지난달 말 대비 2823억 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약 105억 원 늘어난 셈인데,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대로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날 기준 105조8717억 원으로 지난달 대비 1조1387억 원 가량 불며 2021년 7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신용대출 중 5대 은행 개인 마이너스 통장 잔액(40조3843억 원)이 지난달 말보다 9171억 원 늘며 증가세를 견인했다. 나머지 일반 신용대출의 증가 폭(2216억 원)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종 대출 억제책으로 새로 담보,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미 열어둔 마이너스 통장에서는 한도까지 마음껏 돈을 빌릴 수 있기에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대출 총량 한도가 풀려도 전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질지는 미지수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2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020∼6.172% 수준으로 이달 중순 금리 상단이 약 2년 만에 6%대를 넘어선 데 이어 하단도 1년 만에 다시 4%대에 진입했다.
연 3.830∼5.310% 수준인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 역시 지난달 대비 상단이 0.210%포인트, 하단이 0.220%포인트씩 상승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1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주담대 및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3.820∼5.880%) 역시 같은 기간 상단이 0.256%포인트 올랐다. 지표금리인 코픽스는 불과 0.05%포인트 올랐지만 부동산·가계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은행들이 인상 폭을 지표금리 이상으로 관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앞으로 시장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대출 수요자들은 한도와 금리에서 모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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