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내 1년 간격으로 뇌종양 진단
‘우주 먼지’ 통해 생명 순환 깨달아
◇우주의 먼지로부터/앨런 타운센드 지음·송예슬 옮김/304쪽·1만8000원·문학동네
1000억분의 3. 저자는 자신의 딸과 아내가 1년 사이 나란히 뇌종양 진단을 받을 확률이 이보다 낮다고 계산했다. 네 살 딸은 어린이 7500만 명 중 매년 300명에게만 나타나는 두개인두종을, 아내는 15만 명 가운데 1명에게 발생하는 교모세포종을 진단 받았다. 생물지구화학을 공부한 과학자인 그는 통계적으로 거의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한 번에 닥치면서 깊은 절망의 시기를 지나게 된다.
신간은 이러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저자가 어떻게 다시 삶을 붙잡았는지 기록한 에세이다. 그는 생물지구과학자로서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순환에서 위안을 찾는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지만, 자연의 흐름 속에서는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이 그의 상실을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책은 가족들의 병 진단 과정과 자연에서 발견한 통찰을 차분한 호흡으로 엮어낸다.
특히 저자는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우주 먼지’ 개념에 깊이 기대게 된다. 별에서 비롯된 원자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생명체를 이루고, 죽음 뒤에는 다시 세계의 다른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순환을 통해 사랑했던 사람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받아들인다.
저자가 자연에서 관찰한 여러 장면이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번데기 속에서 완전히 해체된 뒤 새로운 생명으로 재구성되는 애벌레, 강풍을 버티며 화산암 틈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 멸종 위기에서 다시 복원된 미국밤나무처럼 다양한 생명체의 지속과 변화는 회복이 반드시 ‘이전 상태로의 회귀’를 뜻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책의 또 다른 중심인 아내 다이애나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신경생물학자였던 다이애나는 세상을 떠나기 전 남편에게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고, 이 말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 다이애나는 신경생물학을 연구한 과학자로서 호기심과 탐구심을 갖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스스로를 단단하게 유지해 나간다.
큰 상실을 겪은 한 사람이 현실을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책. 개인적 경험과 과학적 시선이 적절히 어우러져, 절제된 문장으로 오래 지속되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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